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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Dec 21. 2020

육아맘에게 성과를 묻지 마라

숫자를 버리면 더 즐거운 엄마의 일상

일단, 제 소개을 한번 읽어보세요.

자신있게 "자기계발요정"이라고 썼습니다.


내일모레 나이가 40인데 요정이라니?
김프리님 뭐죠??


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괜찮습니다. 제목처럼 제 인생에서 나이라는 숫자를 빼고 살고 있거든요. 요정은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거기다 늙지도 않지요. 우린 인간이라 나이를 먹고 늙어 쪼글쪼글해지겠지만 저만 나이 먹나요? 그저 마음이라도 젊은이처럼 상큼하게 살고 싶어 자기계발 요정이라 붙여 보았습니다. 부담스러우시다면, 부담 느끼시면 됩니다. (하하하)


우리는 숫자에 예민합니다. 시간, 학년, 나이, 학번, 연봉, 매출, 조회 수, 순이익, 성적 등 살면서 만들어지는 결과가 대부분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라는 녀석은 삶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숫자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하면 질서를 유지하고, 인원을 제한하고, 규칙을 만들며, 기간을 정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숫자를 필요한 곳에 적용해 잘 쓰면 좋은데, 우리는 쓸데없는 곳에 숫자를 붙여 스스로를 압박하고 몰아 붙입니다. 성과를 측정할 필요가 없거나 측정 따위가 무의미한 경우에도 숫자라는 녀석을 자발적으로 붙여 스스로를 매우 괴롭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제 인생에서 필요 없는 몇 가지 숫자들을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숫자들을 마음속에서 지웠을까요? 천천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01. 나이 (Ages)


어떻게 살아도 시간은 흐르고 누구나 다 나이를 먹습니다. 늙지 않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도전해보고 싶은 일들을 주저하게 만듭니다.물론 채용 연령이나 정년 같은 공식적인 나이 제한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나이를 넘을 수 없는 장애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나이에 이걸 배워 뭐에다 쓸까?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늙은 게 아닐까?

40대는 60대 어르신들 무리에 가면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제 나이가 80이 되었을 때 해보지 않아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일지를 떠올려보니 "노래"였습니다. 신께서 저에게 주신 가장 하이 퀄리티의 재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로 밥 벌어먹고 살기엔 애매한 재능이죠. 일반인보다는 잘하지만 프로라 하기에 애매한, 사람 잡는 중간 영역의 재능.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한 20대 때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40살이 가까워진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결국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고, 50대, 60대에도 분명 똑같은 생각을 할 겁니다. 그래서 제 나이를 "노래하는 영역"에서만큼은 지우기로 했습니다. 지금 즐겁게 불러도 40년을 더 부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매일 2시간씩 대회 나가는 초등학생처럼 다시 기초부터 발성연습을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있습니다. 이걸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잘하고 싶고, 즐거우면 되니까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02. 조회 수 (clicks)


저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팟캐스트를 키우고 있습니다. 참 많이도 하죠? 오래 하다 보니 속도가 빨라져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SNS에 큰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궁금합니다. 방송을 업로드하거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하면 몇 명이나 내 이야기를 듣고 읽었을까를 수시로 확인해봅니다. 이웃이나 구독자 수, 좋아요가 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 하는 SNS는 수익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제 일상을 기록하고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기록하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사람 심리가 기왕지사 내가 올린 글과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알고리즘 떡상에 걸리길 바랍니다.


                         그저 일상을 충실하게 기록하기                         


특히 유튜브로 금방 스타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 "왜 나는 안되는 걸까?" 계속 자책했습니다. 조회 수도 없고, 구독자 수도 안 느니 재미가 없어 2~3번 접었다 다시 시작하길 반복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유튜브라는 채널이 나에게 맞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것이고, 구독자 수 신경 안 쓰고 내 인생의 기록을 영상으로 남기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는 과감하게 내려놨습니다. 해도 좋고 안해도 괜찮은 것으로.


유튜브 스타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


03. 매출 (Sales)


저는 제 이름으로 된 사업자가 있습니다. 현재는 휴업 중이지만 내년에 다시 제 사업을 재오픈할 계획입니다. 1인 기업가도 기업가이다 보니 당연히 분기 매출, 연 매출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 사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10년째 독박육아중이며, 유치원과 학교 외에는 주변에 육아를 도와줄 지인도 없습니다. 아이들을 남의 집에 보내는 것도 1~2시간이지 코로나 이전처럼 유치원이나 학교에 길게 있을 수 없는 환경이기에 오후 시간도 무조건 비워놔야 합니다.


마음 편히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제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음을 비우니 서운함이 좀 덜하지만 외부에 나가 많은 에너지를 쓰며 활동하는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소일거리를 찾아 커리어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그 중 한가지겠네요.


육아하면서 사업도 잘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이 많지만 저는 아직 그 방법을 못 찾았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고 이런 저런 소일거리로 용돈벌이는 하지만 투입되는 시간과 액수는 한계가 분명 존재합니다. 생각만큼 큰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소득이 0원인 달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버는 돈의 액수, 제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벌기 위해 노력할 거고 많이 벌면 좋겠지만 큰 숫자를 만들기 위해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분간 돈을 벌기 위해 쓸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액수보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04. 나에 대한 평가와 기대


이 숫자들과 함께 버린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저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와 기대입니다. 어쩌면 제 스스로 저를 평가하고 제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대한민국의 보통 맘입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보통 사람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이 그저 일상을 소소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SNS를 자주 하다 보니 실제보다 더 능력있게 포장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SNS에는 지질한 일상을 올리지는 않으니까요. 저라는 사람이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어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사업을 크게 하고 싶지도 않고 대단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자존감이 낮은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찬찬히 뜯어보니 잘하는 영역과 힘들어하는 영역이 명확해졌습니다. 저에게 들어오는 제안들 대부분이 육아를 하는 상황에서 약간 버거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젠 그런 것들은 과감하게 거절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저에 대한 과한 기대를 버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 또한 제 방식대로 걸러낼 거란 뜻입니다. 제가 처한 현실과 잘 타협하면서 제 중심을 잘 지켜나갈 겁니다.


현실과 적절하게 잘 타협하면서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나의 자존감을 올리는 법

숫자를 버리기
나이, 조회 수, 매출, 그리고 나에 대한 평가와 기대

이젠 안녕 :) 그동안 즐거웠어


퇴사를 한 후 저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들만 하기로 했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것이 삶에 더 도움이 된다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투입할 여유가 생기는 그때, 매출에도 신경 쓰고, 조회 수도 신경 쓰고, 나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지 않는 방법, 나의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려놓고 비우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죠?


비우면 여유가 생깁니다. 육아도 하고, 공부도 하고, 돈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을 버려도 괜찮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며 몰아붙이지 맙시다.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엄마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을 멋지게 해나가는 중요한 삶의 여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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