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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Dec 06. 2020

새벽형 엄마가 된 이유

널뛰는 감정만 다스려도 내 가족이 편안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났다. 새벽 기상으로 라이프 사이클을 바꾼 지 2년째.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어찌 됐든 나와의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실천하고 있는 새벽기상, 이젠 알람 없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잠에서 깨는 시간도 매우 빨라져 잠깐의 멍 때림 시간을 가지면 대체로 5분에서 10분이 지나면 정신이 맑아진다.


2020년 12월 04일 금요일 05:57am


우리는 모두 반복된 일상을 살고 있다. 작게 보면 날마다 다른 삶이지만 크게 보면 어제와 비슷하고, 지난달과 비슷하고,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지겨울 법도 한데 나에겐 아직 살아보지 않은 오늘이고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2시간은 나만의 세상이다. 이 시간 동안 나는 방해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완벽에 가까운 집중을 쏟을 수 있다. 잠으로 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나는 이 시간을 오롯하게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온 등짝이 누구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격하게 안 일어나고 싶다.
격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시프다                                

밤새 잠을 설쳤다. 욕이 나올 만큼 기분 나쁜 꿈을 꾸었고 고질병인 등과 목과 어깨가 결려 뻐근함이 가득한 아침. 눈을 뜬 후 침대에 누워 5분간 100번 이상 자세를 바꾼 것 같다. 손은 팅팅 부어있고, 눈꺼풀은 무겁다. 머리는 몽롱하고 기운이 없다. 이럴 땐 그냥 자는 게 상책인데 더 누워 자겠다고 한들 깊은 잠이 들 것 같지도 않다.


그래, 일단 일어나 보자.
일어나나 안 일어나나 아픈 건 똑같지.


공사장 벽돌을 지고 있는 것 같은 어깨의 무거움을 다리의 힘으로 들어 올려본다. 바닦에 발바닦을 대고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카디건을 입는다. 몽유병 환자처럼 주방으로 걸어가 인스턴트커피 한 봉을 뜯어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한 모금 마신다.


커피 한잔 마시는 게 이리 감사할 줄이야


잠깐의 독서를 한 후 의자에 기대어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근육을 이완하면서 유튜브를 실행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명상에 잠겨본다. 쌓여있는 빨래를 돌리고 시계를 보니 07시 20분. 아침식사를 든든히 챙겨먹인 후 아들은 학교, 딸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유치원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을 고민한다. 오늘은 운동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그래도 스피닝 센터로 향한다. 2시간 열심히 땀을 빼고 나면 뿌듯함이 밀려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침 일상 루틴을 지키려고 애를 써봤다. 운동을 하면서도 몸이 너무 힘들어 얼굴을 비벼보고, 커피도 마셔보고, 바이크 위에 앉아 쉬기도 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열심히 운동을 끝냈고 집에 왔다.

 

변태인가 싶지만 집에 와서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온다. 어깨 통증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짜증 대신 배고픔이 밀려온다. 말끔히 씻고 어제 만들어 놓은 제육볶음과 콩나물무침으로 든든한 점심을 해결한다.


요리똥손 김프리의 집밥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고 있어요~                                

나는 규칙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에너지가 많은 편이라 (사주팔자에 화가 4개나 들었다는....)상황에 예민하고 사람들의 말에 잘 휘둘리며 분위기의 변화를 금방 알아차리는 장점이 있지만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해 나조차도 내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감정의 기복만 다스려도 인간관계가 굉장히 편안할 텐데 어린 시절엔 솔직한 게 장땡이라고 생각해 나의 감정과 느낌, 생각을 여과 없이 상대에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게 쿨하고 멋져 보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배우자와 함께 오래 살아보니 오르락내리락 하는 나의 감정 기복은 나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족들까지도 힘들게 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눈치 보는 남편, 엄마의 날씨를 매일 곁눈질로 살펴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나의 감정 기복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복없이 굴곡없이 살고 싶다                                

처음 새벽 기상을 시작할 때 나의 목표는 감정 기복의 진폭을 줄이는 것이었다. 100에서 -100까지 널뛰는 나의 감정을 50에서 -50까지로 줄이고 싶었다.


감정을 다스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을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 의심할테지만 일상을 규칙적으로 만들면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해가 뜨고 일과가 시작되면 생각지도 않은 변수들이 많이 생겨 나의 마음에 오만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새벽시간 만큼은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변수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오늘은 몸이 아플 거라는 것을 어제 예상하지 못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온몸이 쑤시고 결렸고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새벽 루틴을 살짝 흔들어 놓는 변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변수쯤이야 아침밥 든든히 먹고 아이들과 남편을 제자리로 출근시킨 후 늘 하던 운동을 하면 나쁜 컨디션은 루틴을 깨는 변수가 되지 못한다.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프면 쉬는 게 맞지만 정말 아파서인지, 게으름이 몰려오는 것인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


오늘, 나의 게으름을 물리쳤다.


늘 하던 일상대로 하루를 시작하니, 학교가 끝난 아들을 집에서 반갑게 맞아줄 수 있었고 딸이 오기 1시간 전 책상에 앉아 브런치에 글을 쓸 수도 있게 되었다. 나의 마음은 짜증이 아닌 감사와 성취감으로 가득 찼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3시,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었을 아침을 건강하게 보냈고, 하루 종일 누워있었을 오후를 건강과 감사로 가득 채우고 있다.


엄마의 규칙적인 일상은 심리적 안정감, 감정의 평온함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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