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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Dec 04. 2020

"엄마"로 살아도 괜찮아

워킹맘에서 "맘"이라는 단어를 빼고 싶었다.

집착했던 두 가지 단어

직장인과 워킹맘


결혼 전엔 직장인으로 꼭 살아야했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나의 사회적 위치를 온전하게 보여주는,  나라는 인간이 사회적인 쓰임새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 나의 정체성을 100%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가 바로 직장인이었다. 어디든 괜찮았고 무슨 일을 하든 상관 없었다. 그렇게 직장인으로 살면서 본래의 나를 꽁꽁 감추고 숨기고 잘 포장해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가 생겼고, 나에겐 하나의 타이틀이 더 생겼다.


엄.마


남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대단하기 여기면서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하찮게 여기는 모순


하지만 나는 엄마라는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다니던 직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워킹맘이라는 사회적 위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워킹맘에서 "워킹"만 남기고 싶었다. 엄마로 살기보다 일하는 여자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하루 24시간 중 10시간은 직장인으로 살고, 하루 8시간은 자고, 나머지 6시간을 워킹맘로 살았다. 일하는 여자 사람으로 살아내기 위해 엄마로 사는 시간조차도 해야할 일에 마음을 빼앗겨 어떻게든 육아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애를 썼다.


일을 하지 않는 삶, 사회적인 활동 없이 집에서 아이만 키우는 엄마로써의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면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확신하며 살았다. 내 엄마의 40년 결혼생활에서 내가 보고 배운 나름의 생존 교훈이었다.


남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면서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하찮게 여기는 모순


나를 지켜보는 많은 눈들이 워킹맘이라는 단어에서 "워킹"이 사라지고 "맘"만 남은 내 모습을 비웃을까봐 두려웠다.  "결국, 너도 똑같이 전업 육아맘이 되었구나"  "그렇게 열심히 살더니 결국 너도 집에 들어 앉았구나" 라는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돌아다녔다. 그래서 일이 없어도 일이 있는 척, 마음이 부대끼고 체력은 바닦이 나도 나는 여전히 일하는 엄마처럼 보이고 싶었다.


엄마로써의 삶이 왜 부끄러웠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의 역할> 자체를 아주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 머리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엄마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으로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을 아주 우습게 보고 있었다. 엄마로만 사는 사람들은 늘 남편 욕과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24시간 입에 달고 살며 일을 하는 엄마들을 부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 돈을 벌지 못하는 엄마,

집에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

경제력이 없는 엄마,

늘 누워있거나 TV를 보는 엄마,

500원을 깎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같은 옷을 3~4일씩 입는 엄마,

피부가 푸석한 엄마,

살이 찌고 피곤해보이는 엄마,

생활비를 받으며 작어져야 하는 엄마,

트렌드를 몰라 대화가 어려운 엄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는 엄마,

집안에서 무시당하는 엄마


엄마로 사는 삶을 생각하면 이런 장면들이 그려졌다. 왜 이런 장면이 그려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2년간의 미라클 모닝시간의 사색을 통해 찾게 되었다. 원인을 알게 되니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엄마인 상황을 수용하게 되었고 내가 엄마로써 해야되는 역할이 명확해졌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분명해졌다. 나는 엄마로만 살아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사랑받고 사랑주는 엄마 되기


지금의 나는 10세 아들과 7세 딸을 키우는 육아맘임을 당당하게 공개한다. 본캐인 엄마를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는 삶의 의미와 방식이 360도 달라졌다. 더 여유로워졌고, 더 행복해졌고, 더 건강해졌으며, 다양한 부캐로 취미 부자가 되었다. 예전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더 활기있어졌으며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내가 직장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 정기적인 소득창출을 못한다는 사실이 창피하지 않다. 이미 많은 부캐들로 나의 삶은 더 재미있어졌고, 부업 아닌 부업으로 나름의 경제력도 키워가고 있으며, 이젠 회사를 위해 일하는 대신 나의 아이들과 나의 남편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로 열심히 산다. 나의 아이들과 나의 가정이 반짝 반짝 빛날 수 있게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야 이제서야 나에게 생긴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인다.


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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