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belbyme Aug 19. 2022

팔 것이 없는 상인과 사고 싶은 없이 없는 손님의 거래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손님, 어떤 욕망이라도 충족시켜주겠다는 딜러. 이 둘은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만난다. 욕망을 불러내기 위해서 그리고 욕망을 부정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서로를 설득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무기를 들고 싸움에 이른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콜테스의 희곡이다. 일반적인 희곡과 달리 매우 긴 대사로 극이 연결된다. 대사를 읽고 있으면 상인과 고객의 대화가 아닌 각자가 생각하는 내용을 발표하는 것 같은 특이한 희곡이다.

이 희곡은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누군가는 딜러를 자본주의로 정의하고 다른 누구는 딜러를 저자가 뉴욕에서 만났다는 마약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떤 해석이든 가능하다.


흥미로운 것은 제목이었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이 책 대부분 내용은 욕망을 이야기하는 두 존재의 담화이다. 욕망이 어디서 생기고, 욕망이 왜 필요하고, 욕망을 어떻게 채울 것인 가를 상인이 말한다. 손님은 자신이 어떤 욕망도 없고,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목의 핵심은 고독이다. 비록 고독이라는 단어는 한 번만 이 책에 나오지만 이 희극에서 고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매하고 싶은 욕망이나 누구를 더 알고자 하는 욕망은 욕망의 결과물이다. 욕망 자체는 아니다. 순수한 욕망은 고립될 때만 나타난다. 은밀한 나와의 대화는 하루에 8시간을 일하고, 저녁에 잠시 쉬고, 주말에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는다. 고독해서 남에게 기대할 것도, 남에게 해줄 것도 없어야 한다. 사람과 상황에 고립된 고독한 존재만이 자신의 욕망을 인식할 수 있다.


지금 만약 무언가를 무척 욕망하거나 그 욕망을 얻지 못해서 괴롭다면 자기를 고립시켜 볼 필요가 있다. 고립된 상태에서 내가 원했던 욕망은 필터를 지워버린 인플루언서의 얼굴처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대부분 그 욕망이 필요 없는 욕망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치 팔 것이 없는 상인과 살 것이 없는 손님의 대화만큼이나 욕망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전 05화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40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