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은 항상 성공한다

생의 한가운데

생의 한가운데를 읽은 많은 독자는 니나라는 캐릭터에 쉽게 매료된다. 과감한 결정 그리고 처절한 실행. 대부분이 배달앱에서 어떤 음식을 주문할 것인 가 아니면 이 물건을 지를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삶에서 니나의 결단은 강열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2/3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슈타인에 더 많은 생각을 했다. 늙어가는 남자라는 점에서 또 늙었지만 사랑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그의 생각과 감정에 훨씬 더 관심과 공감이 갔다.

슈타인의 사랑이 첫 번째 특징은 모순적인 사랑이라는 것이다. 니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니나가 절대 자신의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니나가 자기를 사랑하는 순간 자신의 사랑은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랑이다. 슈타인의 사랑은 가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되는 사랑이다. 슈타인 사랑의 두 번째 특징은 자기 자신을 바꾸는 사랑이다. 슈타인은 자기에게 없는 니나의 자유, 열정, 실행력을 사랑한다. 니나라는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니나 안에 있지만 자기에게는 결여된 자유, 열정, 실행을 사랑하는 것이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향연에서 사랑을 정의할 때 사랑은 자기에게 결여된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슈타인은 자신이 니나에게 만든 의미를 사랑하고, 그 의미가 슈타인을 바꾼다. 니나의 부탁이지만 정치적으로 위험한 탈옥자를 국경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도 한다. 진실한 사랑은 나를 변화시킨다. 사랑은 상대방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것은 아니다. 사랑은 자신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니나가 정치, 글쓰기, 양육, 연애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결단과 실천을 보여주었다면 슈타인은 오롯이 사랑이라는 한 분분에서 결단과 실천을 죽는 마지막까지 보여주었다. 

내가 누구를 사랑해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할 수는 없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랑이 실패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진짜 사랑은 내가 바뀌는 사랑이다. 비록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 사람에게 만든 이미지를 내가 가지게 된다면 사랑은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