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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Mar 22. 2022

내가 사랑하는 것일까? 내 충동이 사랑하는 것일까?

한여름밤의 꿈

셰익스 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자 두 연인은 다음 날 만나서 도망가기로 한다. 다음 날 도망간다는 5글자만 읽어도 일이 꼬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두 연인은 만나지 못하고 따로 잠들었다. 잠든 사이 요정이 남자 친구 눈에 사랑의 묘약을 발라 여자 주인공 친구를 사랑해버린다.


라캉은 '충동이 사람이다'라고 정의한다. 유아기 때 느꼈던 원시적인 다양한 쾌감을 다시 맛보고 싶지만 무의식의 도덕이 이 쾌감을 가로막는다. 가로막힌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충동으로 나타난다. 그 충동이 사물에 고정되면 페티시가 되고, 사람에 고정되면 사랑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다. 마치 우유가 15도 정도에 있으면 썩어 버려야 하지만, 35도 정도에 있으면 요구르트가 되어 냉장고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셰익스 피어는 묘약으로 사랑의 상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라캉이라면 그 묘약은 내 충동이라고 할 것이다. 내 의지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 요정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이는 사람 눈에다 묘약을 바른 것과 같은 그 충동이 사랑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포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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