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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Apr 14. 2022

하기 싫은 것이 진로를 정한다

생의 한가운데

독자가 생의 한가운데에 매료되는 이유는 니나의 캐릭터 때문이다. 거침없는 결정, 처절할 정도의 실천력, 따뜻한 인간성. 나 또한 이런 면에 매료당했지만, 그 매력은 나에게는 너무 결핍된 것이라서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니나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들뢰즈는 '기관 없는 신체'라는 말을 했다. 신체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을 달리하는 신체를 '기관 없는 신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말하는 혀, 맛을 보는 혀, 키스하는 혀, 팔이 없는 사람에게는 손 역할을 하는 혀처럼 혀에 정해진 본래 기능은 없다. 우리는 혀가 말을 할 때 발음을 내는 기관으로 정의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혀의 기능을 발음으로 정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니나는 어릴 때 그녀가 무엇이 될지 몰랐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것을 철저하게 실행했다. 치매 환자를 죽을 때까지 돌봤다. 부당한 권력에 목숨을 걸고 대항했다.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꼈지만 자살 직전까지 부인과 엄마 노릇을 했다. 여러 가능성 중에 자신이 택한 것을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바로 자신이 글을 써야 한다라는 결론으로 나타났다.


성공을 한 사람들 중 극소수는 어린 시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여 진로가 결정된 경우가 있다. 이런 드문 경우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할 것처럼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대담한 결정과 치열한 실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인생과 타협하고, 적당히 실천한다. 그러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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