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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Oct 17. 2022

'난 널 사랑해'는 말이 아니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난 널 사랑해'는 시시한 말이다. 사랑과 안 어울리지만 예를 들어 고용계약서를 생각해보자. 내가 만약 고용계약서를 받았다면 일단 내 급여가 얼마인 가가 제일 궁금할 것이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다 읽은 후에 도장을 찍는다. '난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계약서 마지막에 찍는 것과 비슷하다.


'난 널 사랑해'는 시시한 말이기는 하지만 다른 말과 구별되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문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가변성이다. 일반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었다, 끼니를 때웠다. 식사를 했다 등. 반면에 '난 널 사랑해'에는 어떤 변화도 줄 수 없다. 다른 단어를 넣을 수도, 있는 단어를 뺄 수도, 단어의 순서를 바꿀 수도 없다. 문장이지만 마치 한 단어처럼 사용된다.


'난 널 사랑해'는 뉘앙스나 이중 의미가 없다. '어제 몇 시에 잤어?'라는 질문에서 과연 정말 잠든 시각이 중요할까? 11시 51분에 잤건, 새벽 12시 11분에 잤던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경찰 조서라면 중요할 수 있지만). 이 문장의 핵심은 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관심이 형식적인 것이건 진심이건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문장은 뉘앙스나 이중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난 널 사랑해'에는 어떤 뉘앙스도 이중적 의미가 없는 문장이다.


'난 널 사랑해'는 문장이지만 통사론적 구조를 가지지 못한다. 생긴 것은 문장인데 문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이한 존재이다. 롤랑 바르트는 '난 널 사랑해'를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난 널 사랑해'는 노래처럼 즐기는 것이며, 충동적이다. 물론 이 노래의 끝에 듣는 대답은 즐거운 대답이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 아무 대답도 못 들을 수 있다. 대답과 관계없이 '난 널 사랑해' 문장이 아니며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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