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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Sep 09. 2022

나이키가 신발로 안 보이는 이유

구토: 장 폴 샤르트르

장 폴 샤르트의 구토에서 주인공은 돌멩이를 집었을 때 갑자기 구토감을 느꼈다. 돌멩이뿐만 아니라 맥주 컵을 보았을 때도, 손잡이를 잡을 때도 점차 세상 모든 것에 구토를 느끼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왜 구토를 느꼈는지에 대한 설명은 많다. 그런데 두려움, 슬픔, 놀람, 등 다양한 감정 중에 왜 역겨움을 느꼈을까? 여기에 대한 해석은 읽지 못했다.


역겨움은 비위생적 것을 보았을 때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신체 반응이다. 즉 삼킬 수 없음이다. 주인공 로캉탱은 사물을 일반인이 인식하는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의자를 보면 의자는 앉는 것이고, 그것을 편리하게 지칭하려고 의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의자는 의자이기 전에 나무나 혹은 딱딱한 물체로 만들어진 사물이다. 항상 바닥에서 생활을 해서 의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의자가 책상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은 존재 그 자체를 보지 않고 항상 사람이 만들어낸 의미를 통해서만 인식한다. 로캉탱은 존재를 일반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 일반인의 인식이 로캉탱에게는 오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로캉탱이 구토를 느낀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일반적인 인식이다.


사물을 평범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일은 구토에 로캉탱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신발이 필요한 이유는 신을 신어 발을 보호하고, 추위나, 뜨거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이키를 너무 사랑하는 마니아는 그 신발을 신을 수 없다. 운동화를 수집한다. 수집한 운동화를 진열한다. 단순히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할 수 있게 박물관처럼 전시한다. 나이키 마니아에게 신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이미 사라졌다. 나이키 운동화의 본질은 신발이다. 하지만 나이키 마니아에게는 이 본질의 의미는 사라졌다. 오히려 나이키 운동화는 수집되고, 보존되어야 하는 하나의 신성한 존재이다. 만약 누군가가 전시된 신발을 신어서 때가 탄다면 나이키 마니아는 구토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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