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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Oct 02. 2022

늘 한결같은 사람은 위험하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옙스키

제주가 좋은 이유는 차를 타고 한 20분 정도만 가면 숲이나 해변 근처에 있는 카페가 많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계절이나 시간이면 조용해서 책 읽기가 좋다. 문제 아닌 문제는 카페가 너무 많아서 어디를 갈지 정하기 어렵다는 정도이다. 어렵지만 한 장소를 정하고 간다. 가면서 갑자기'이 카페 말고 다른 곳을 갈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책이 아니라 일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지막은 '일단 카페 가서 일을 하자'. 겨우 20분 전에 카페에서 책을 읽자고 다짐했지만, 그 단순한 결심과 다른 여러가지 생각이 끊임 없이 생겨난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도 비이성적인 자아분열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예민한 성격으로 쉽게 불안에 빠진다. 불안 때문에 혼자 지내지만 외로워서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반감으로 학창 시절에 주인공을 멸시하던 친구 송별 파티에 가겠다고 우긴다. 파티에 가서 곱게 있으면 될 것을 결국 깽판을 치고 취한 채로 파티 2차까지 따라간다. 주인공과 어울리기 싫었던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장소를 몰래 옮기고, 주인공은 그날 매춘부와 잠자리를 가진다. 매춘부를 보고 한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 모욕을 가한다. 모욕을 가하면서도 그곳을 빠져나오라고 자신의 집 주소를 주고 집으로 간다. 집에 돌와와서는 그녀에게 주소를 준 것을 매우 후회하지만 그녀가 오지 않자 또 안절부절못하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그의 집에 왔지만 또다시 그녀를 모욕해서 그녀는 떠난다. 떠난 그녀를 잡기 위해 거리로 나가지만 그녀를 찾지 못하면서 소설을 끝난다. 이 주인공은 한 마디로 미쳤다.


가끔 우리는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안에는 6층 아파트 한 동에 사는 사람 숫자만큼의 내가 있다. 피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에서는 주인공이 과거 자신을 불러와 현재 자신과 비교를 한다. 과거의 내가 있다면 미래의 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 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한 세트로 있다. 시간에 따른 내가 있다면 공간에 따른 내가 있다. 외국에서 생활을 할 때 내 행동은 고국에서의 행동과 다르다. 예를 들어서 영어를 말할 때 목소리와 한국어를 말할 때 목소리가 다르다. 사람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자아를 가진다. 마치 귤이 조각이 모여서 하나의 귤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여러 종류의 자아가 '나'라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 들어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사람은 철저하게 위장을 하는 것이다. 만약 위장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냥 싸이코다. 그것도 상당히 무서울 수 있는 싸이코. 도망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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