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갑자기 모든 게 덧없어질 때

오비두스

by 장수연

버스 타고 가는 길



오비두스 도착


https://maps.app.goo.gl/stRJTawHbKcBECtM6

오비두스에 도착했다. 고속버스 정류장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조금 작고 마을버스가 들르는 곳이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근처에 위치한 버스 탑승객을 위한 대기 공간 건물 때문이었다. 내부에는 책이 꽂힌 책장도 있었고, 고속버스 티켓 판매기도 있었다. (아마도 기억이 맞다면) 여기로 올 때는 버스 티켓을 기사님께 돈 주고 구매했는데, 다시 리스본으로 갈 때는 티켓 판매기에서 버스표를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길을 따라 오비두스 상점가와 관광 안내소가 있는 쪽으로 올라갔다. 가는 도중에 뭔가 기묘한 풍경을 발견했다. 드넓은 땅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다리(혹은 구조물) 밑쪽 근처에 신나는 락밴드 음악을 연주하는 술집이 있었다. 왜인지 서부 영화 속 술집이 생각이 났다. 듣기 좋게 시끄러운 호프집과 상반되는 고전과 숭고미가 느껴지는 다리가 함께 있는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신기했다.


<그때 그 장소>

그때 봤던 간판의 글씨체가 신기해서(아르데코 느낌이 난다) 찍어뒀다.

https://maps.app.goo.gl/afWLMnirdDvAaKfo7?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술집은 'Prohibition Bar'이라 한다..


https://maps.app.goo.gl/CSa87rvQMGhiBCRh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그리고 엄청난 높이의 성벽의 이름은 “우세이라의 송수로* Aqueduto de Usseira”라고 한다. 1570년 즘에 포르투갈의 왕비 ‘오스트리아의 캐서린’의 명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송수로: 수원에서 다른 곳으로 물을 보내기 위해 만든 수로. 출처: 우리말샘, 네이버 국어사전


(좌) 포르투갈에도 있던 알레홉(스페인의 다이소 같은 곳인데, 포르투갈에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 마을 입구 가는 길에 있던 도보여행 노선 안내판

https://maps.app.goo.gl/JD3e1yNPAeQqEzg8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본격적인 마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두꺼운 돌벽으로 이뤄진 마을 입구(porta da vila)를 지나가야 했다. 천장도 있고 벽으로 좀 둘러 싸여 있어 소리가 안에서 웅웅거릴 만한 공간이었다. 그곳을 지나는데, 그 안에 성악..이라 해야 하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길거리 공연인가 싶었다.

마을에 들어선 후에는 입구 왼편에 있던 돌계단을 따라 돌벽 위로 올라갔다.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경사와 높이가 꽤 있어서 올라갈 때 조금 많이 무서웠다ㅎㅎ

마을 중앙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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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경치 구경하기를 마친 후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걷고 있는, 그리 넓지는 않은 마을 중앙길을 따라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복작거렸는데, 걷다가 한국에서 여행을 온 중년의 부부를 인식하기도 했다(말은 걸지 않았다). 음, 그리고 걸으면서 진지냐를 어디서 마셔볼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가는 족족 사방이 진지냐 상점이라,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어딜 갈지는 천천히 정하기로 했다.


-진지냐 상점

산책 중에 본 진지냐 상점. 안에 있던 기사 동상이 신기했다. 중세 느낌이 물씬이다.

-(정체 모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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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길 왼편에 있는 미술관이 있어서 (미술학도로서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가 봤다. 'PIM!'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골판지로 만들어진 사람 모형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뭔가 그래픽 스타일이나 손을 다 함께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어린이들이 참여한 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웬만한 설명이 다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어서 내용을 잘 읽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이미지와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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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던 작품들.

나중에 찾아봤는데 PIM이 'Play In Museum'의 약자라고도 한다. 그치만 진실은 저 너머에...


-아줄레주 상점

타일의 색조합이 오비두스에서 볼 수 있는 색들과 닯아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 오비두스 에디션 아줄레주인가?'하고 느꼈다.

-서점

https://maps.app.goo.gl/oj9aykJNXDKC5fbS6

계속 오르던 길의 끝에는 성당과 서점이 있었다. 이름도 산티아고 성당, 산티아고 서점. (갈 때는 서점 이름을 아예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산티아고를 왔던 건가 싶다ㅋ.ㅋ)

(좌) 저렇게 가장 안쪽에 제단 비스무리한 게 놓여 있었다. (우) 저 아줄레주 노트...정말 탐났다.
tempImageYzmo6Q.heic 우리나라 작가 한강의 책들이 포어로 번역해 발간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무지무지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갑자기 모든 게 덧없어질 때


여행 5일 차, 언덕길의 끝까지 다다르고 나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ㅋ.ㅋ?' 몸과 마음이 소진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여행을 하면서 (한 명을 제외하곤) 전부 만났던 한국인이라곤 부부이거나 커플이거나 단체 여행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런 곳은 연인이나 가족들이랑 오는 덴 거 같은데, 잘 못 온 건가? 애초에 혼자 여행이 무리수였던 게 아닐까? 다 같이 오면은 이렇게 혼자서 긴장하고 어영부영할 일도 적을 것 같은데, 잘못 판단했던 걸까?' 싶었다.

그리고 또 찾아보니 막...성벽 위로 걸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리스본에 돌아갈 때 탈 버스 시간은 다가오니 마음도 촉박해졌다. 더 걷고 싶은 마음이 안 들고, 남은 시간 동안은 어디서 쉬고 싶었다. 아까 간 서점 왼쪽 골목길을 둘러둘러 가보니 어떤 문 너머로 풀과 자연으로 가득한 둘레길이 있었다. 나는 거기의 어떤 나무 앞에 있는 벤치에 잠깐 앉았다.

그곳은 마치 산속에 만들어둔 쉼터 같았다. 의자에 앉아 보았던 풀숲 너머 아래로 또 다른 마을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것들을 들으며 머릿속을 비웠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아주

오랫

동안

...


약간의 쉼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 후, 나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가는 길에 음...어떤 4인 가족을 마주쳤는데(아빠, 엄마, 아들, 딸로 구성된 것 같은 가족) 엄청 울고 있는 어린 딸과 그녀를 혼내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도 이 곳에서 느껴지는 낯섦이 조금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 익숙한 모습,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 말은 다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하고 느꼈다.

벤치 쪽으로 올 때 지나쳤던 길.

그리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전망대에 올라가 경치를 마지막으로 쫙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https://maps.app.goo.gl/HGVvDncrJ4jJHeGL7

전망대에는 망원경이 있었다. 어떤 어린 남자아이와 그의 보호자가 망원경을 사용하는 걸 보고, 잠시 뒤에 나도 똑같이 해봤는데 잘 안 보였다. 그래서 그냥 나안에 풍경을 담는 것을 택했다.

사진도 찍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오비두스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버스 시간을 슬슬 생각해서라도 지금 내려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고양이가 귀욥다.
알고 보니 어느 집 고양이었을지도??

진지냐 맛보기


마음이 좀 괜찮아져서, 이제는 용기를 내어 가게를 하나 골라 초콜릿잔에 든 술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대충 삘이 꽂힌 가게에 가서, "진자 주실 수 있나요(Pode traga me ginja)?"라고 여쭤봤다. 근데 술을 판매 중이신 아저씨께서 잘 못 알아들으셔서 다시 한번 여쭤봤다. 그랬더니 "진지냐!"라고 하시곤 어두운 갈색 초콜릿잔에 술을 한잔 따라 주셨다.

달콤하고 맛있었다

(다음 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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