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dos frangos moscavide
늦은 오후, 아까 왔던 정류장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버스 티켓 판매기에서 캄포 그란데 역 가는 티켓을 하나 발권하고, 정류장 벤치로 와서 앉았다.
시간이 지나, 몇몇 사람들도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삼삼오오 왔다. 그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같은 일행 같았던 아저씨와 아주머니였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당시 벤치 맨 왼쪽에 앉아있어서 오른쪽에는 최소 한 명 이상 앉을자리가 있었다(낑겨 앉으면 두 명도 앉을법했다). 근데 기억하기로 둘이 정류장으로 가까이 왔는데, 아주머니가 대충 아저씨한테 '여기 자리 있는데 앉으라'는 몸짓으로 얘기를 했다. 근데 아저씨가 뭐라 샬라샬라 얘기를 했는데, 그 대화 중간에 '코비드'라는 발음이 들렸다. 함튼 결국 아주머니가 대신 앉으셨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여기 안 앉는 이유가 나 때문인가? 그리고 지금 저 사람이 인종차별을 하는 건가?'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물론 여전히 오해일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그 아주머니가 내 손에 들려있는 버스 티켓을 보시고, 또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티켓을 보시고 이거 있어야 버스 탈 수 있는 거냐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이 버스 기사한테서도 구매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 일들이 있고, 이윽고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저녁을 무얼 먹을지 식당을 찾아보았다.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저녁인 만큼 외식을 하고 싶었다. 숙소에는 여전히 요리 재료가 남아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리스본에서 식사를 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이 드니 아쉽기도 했다. 문득 마음 한편에서 피리피리 치킨에 대한 미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제 분명 닭고기를 먹긴 했지만, 제대로 된 피리피리 치킨을 먹진 않았지 않은가.
...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구글맵을 검색하다가 정말 맛있어 보이는, 그리고 후기에도 '피리피리 치킨을 판다'고 분명히 쓰여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심지어 숙소랑 4분 거리에 있었다! 로제의 on the ground란 노래가 떠올랐다. 결국 가까이 있었어!
고속버스에서 내리고 시내버스를 타러 갔다. 구글맵은 환승을 한 번만 하면 되는 버스 노선을 안내해 줬다.
첫 번째 버스와 두 번째 버스의 환승 정류소에서, 나는 두 번째 버스를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버스는 영영 오지 않았다. 구글맵은 물론, '무빗 Moovit'이라는 교통 어플, (그리고 혹시나 올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서 있는 곳 주변을) 번갈아 째려보며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버스는 영영 오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순간 버스는 이미 이 정류장에 왔다 간 것처럼 어플에 떠서, 혹여나 버스를 놓쳤다 싶어 걱정했다가 그럴 리 없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왜냐면 정류장도 여기가 맞았고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스본 버스 시스템과 교통 어플이 과연 제대로 연계되고 있는지 이때 의문을 느꼈다. 그리고 주위도 정말 어둑하고 인적도 하나 없어서 홀로 기다리는 게 너무 무서웠다.
한참 기다리다가 어플로 노선을 재검색해보니, 여기서 한 5-10분 떨어진 정류장에서 타라고 하는 제2의 옵션을 보여줬다. 알려준 곳으로 갈까 아니면 머무를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 새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어플이 새로 알려준 곳은 상대적으로 큰 길가에 있는 곳이었다. 가는 길에는 몇몇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조금 안심이 되었다.
https://maps.app.goo.gl/nwS4tSpV7unS2N6aA
닭집에 도착했다. 적당히 먹고 갈 수 있는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었다. 안에는 손님은 없는데 입구 쪽에 우버 이츠 기사님이 서 있었다. 그리고 들어올 때 배달용 오토바이도 봤다.
나는 들어가서 영어로 '피리피리 치킨 파나요?'라고 물어봤고, 프런트에 계시던 여성 점원분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아, 근데 뭔가 주방이 바빴는지 조금 있다 주문해 달라고, 그리고 잠깐 테이블에 앉아있어 달라고 했다.
아무튼 요리를 주문했다. 주문할 때 닭고기와 함께 나오는 사이드가 무엇 있는지 목록을 읊어주고, 뭘 고를 건지 물어보길래 짧게 궁리했다. 근데 내가 고민하는 동안 자꾸 점원분이 '밥(rice)?'라고 하길래, '동양인이라서 밥 좋아하게 생겼나?'라고 생각했다(기분이 나쁘진 않았고 오히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요리가 나오기까지 30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안내도 해줘서 알겠다고 했다. 지금 코앞에 피리피리 치킨을 접할 기회가 왔는데 대기 시간이야 그게 뭔 대수인가.
와… 정말 맛있었다. 고된 하루 끝에 영접한 따끈따끈하고 알찬 식사...
피리피리 소스는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칠리소스랑도, 스리라차 소스랑도 다른 종류의 맛이었다. 너무 맵지도 않았고, 닭고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그리고 사이드도 정말 맛있었다. 밥은 물론이고, 구운 알감자도 정말 좋았고 특히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배달음식 기사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여서, 여기가 맛집인가, 싶었다.
접시를 싹싹 비웠다. 그냥 식당을 떠나기는 아쉬워, 문을 나가기 전에 구글 번역기로 돌린 '정말 맛있어요. 감사해요'란 말을 프런트 점원분께 보여드렸다. 두건을 쓰시고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분이었는데, 폰 화면을 보시더니 척 올린 엄지손가락과 함께 미소를 지으셨다.
숙소로 가는 길에 짧게나마 기쁨의 여운을 느꼈다.
냉장고 속에 남은 토마토소스, 베이컨과 양파를 해치우기 위해 야매 토마토 리조또를 했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햇반도 넣었다. 이걸 닭 먹고 또 먹었을까, 아니면 그 다음날 아침에 먹었을까....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내일이면 나는 리스본을 떠난다. 이제 짐을 쌀 시간이었다.
(다음 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