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go Doce, 숙소, Ponto das Artes-Chiado
LX 팩토리 구경을 마친 후 장을 보러 갔다. 숙소에 오래 머무를 거기도 하고,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장을 보기로 했다. 여기서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요리, 그리고 평소 나의 요리 주 장르가 파스타여서^^ 파스타 재료를 사러 가기로 했다. 구글맵에 검색을 해서 찾은, 숙소와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핑구 도스(pingo doce, 뜻: 달콤한 물방울)는 포르투갈의 큰 슈퍼마켓 체인점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핑구 도스'라 읽는 블로그들이 있어서 나도 그렇게 읽었다. 그리고 처음에 봤을 때 왠지 저 로고가 되게..슈퍼마켓처럼 생겼다고 느꼈다. 내가 갔던 지점의 규모 자체는 우리나라의 GS 프레시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마트 안은 우리나라랑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야채 코너, 해산물 코너, 육류 코너, 유제품 코너 등이 있는 건 똑같았고, 마트 이용자들이 사 먹을 수 있도록 계산대 근처에서 빵 같은 간단한 식품을 별도로 팔기도 했다. 물론 차이점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음.... 햄이랑 유제품 종류가 우리나라보다 되게 다양했다. 일상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구경하러 다녔다.
아, 근데 슈퍼 마켓 안에서 인터넷이 잘 안 터졌다. 인터넷 번역기를 쓸 수 없어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많은데 막상 이게 어떤 제품인 건지 파악하기 좀 어려웠다. 그래서 보조 가방 안에 넣어놓았던 포르투갈어 회화책을 참고했다. 책 후반부에 포르투갈어-한국어 단어를 수록해 놓아서, 그 페이지를 읽고 대조해 가면서 필요한 식재료를 찾았다. 이때, 버터는 포어로 'Manteiga'라고 하는 걸 배웠다.
몇몇 재료를 담고 이제 야채 코너에 왔다. 내 목표는 양파를 담는 거였데, 여기서 하나의 벽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야채 저울. 한국에서도 야채 무게를 달아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가는 건 익히 해봤다. 그래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느낌은 알겠는데, 보니까 또 약간 쓰는 방법이 다른 거 같아서 시도를 주저하고 있었다. 또 저울에 쓰인 문장을 못 읽어서 맞는지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그렇게 저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왼쪽을 돌아보니 저울을 쓰시려고 손에 물건을 들고 오신 할머니가 계셨다. 그래서 길을 막아 사과의 말씀을 가볍게 드리려고 했는데, 죄송하단 말 대신 '실례합니다!(Com licença!)'라고 외쳤다. 아무튼 비켜드렸다.
그렇게 할머니께서 저울 쓰시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 보았다. 보아하니 과일(혹은 야채)을 올려두고, 그것에 할당된 번호를 입력해서 스티커를 뽑아가면 되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양파가 담긴 박스의 번호를 찾아서 여기다가 입력했다. 결국 무사히 비닐에 양파를 담아갔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전부 담고, 계산대로 향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와중에, 주머니에 있던 립스틱을 떨궜는데 뒤에 서 계신 아주머니께서 주워주려고 하셨다. 감사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함튼 계산을 했다. 카드를 꽂고 돈도 잘 빠져나갔는데, 마지막에 계산원 분께서 영수증을 주시면서 여기에 사인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사진이 없지만, 영수증을 보면 종이 하단에 ________ << 이런 식으로 언더바가 있고 여기에 사인을 하라고 되어있다. 무슨 사인을 할까 하다가 이름 석 자 적어서 돌려드렸는데, 계산원 아주머니께서 그걸 보시더니 소리 내어 웃으셨다. 왜 웃으셨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내 사인이 귀여우셨나?! 아니면 한글이 낯설은데 신기해서?!
물건을 다 사고 숙소에 돌아와서 요리를 시작했다. 호스텔 공용주방에서 요리라니. 넘 두근거렸다.
호스텔 규칙 상 하얀 바구니에 내 이름과 퇴소 날짜를 쓴 스티커를 붙이면 그 안에 식재료를 넣어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숙소 직원 분에게 바구니가 어디 있는지 여쭤봤다.
그렇게 요리를 시작했다. 옆에서 또 다른 숙박객이 요리-밥이랑 커리 느낌-를 하고 있었는데, 내게 불키는 법을 알려줬다. 착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여행 와서 만든 첫 요리가 탄생했다. 토마토 페이스트가 쌉싸름했지만 나름 맛있었다. 음식이 좀 남아서 숙소 직원에게 그릇 위쪽을 감쌀 수 있는 랩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가져다주셨다. 남은 음식은 랩을 덮어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
밥도 먹었는데, 이제 뭐하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화방에 가고 싶어졌다. 구글맵으로 규모가 좀 있는 화방을 발견했다. 숙소랑은 조금 떨어진 리스본 중심가에 있었다. 사실 여행 오기 전에 '해가 떨어지면 위험하니 숙소 밖에 나가지 말자'라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었는데, 가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 더 커서 재빨리 갔다오기로 마음 먹었다.
아, 그리고 전날에 교통카드를 조금만 충전해뒀어서, 근처 기차역을 가봤는데 충전하는 걸 실패했다.(아마 충전 기계를 못 찾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근처에는 왜 지하철역이 없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버스 탈 때 현금 내고 탔다.
https://maps.app.goo.gl/h4NWtseNgQDGYzhd8
화방에 가는 길은 멀고 어두워서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언덕이 많아서 계속 산을 타는 느낌으로 갔다. 다리가 튼튼해지는 게 느껴졌다. 오르막길을 계속 오른 끝에 화방에 도착했다.
여러가지 미술용품을 구경하다가, 여기 생활을 기록할 용도로 노트 한 권이랑 색연필 두 자루를 샀다.
결제를 할 때 매장 직원분에게 교통카드 충전할 만한 곳을 여쭤봤다. 그러자 저 옆에 계시던 손님으로 오신 아주머니께서 '메트로나 기차역에서 할 수 있다. 여기에 호시우역으로 가도 된다'고 하셔서 다음 행선지를 호시우 역으로 정했다.
근데 확실히 중심가가 내 숙소가 있던 곳보다 훨씬 번화했다. 밤인데도 불도 많이 켜져있고, 반짝반짝했다.
호시우 역은 되게 큰 기차역이었다. 여기서 카드를 충전할 때 실수로 새 카드 한 장을 더 사버렸다. 기존 카드를 그냥 기계 바에 올려놓고 충전하면 되는데, 사용법을 이해를 잘 못해서 얼떨결에 또다른 노란 카드 한 장이 생겼다. 이 때 샀던 카드는 똑같이 앞면에 navegante가 쓰여있었는데, 귀퉁이가 둥글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숙소에 갔다.
다음 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