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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황 May 03. 2018

비와 막국수란.

젓가락으로 집어 크게 한 입.

내리고 있던 빗줄기가 굵어졌다. 길고 굵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굵은 막국수 면발이 떠올랐다. 비를 맞으며 단골 막국수 집으로 갔다.


오늘도 곱배기를 먹을 거냐며 사장님은 날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막국수는 금방 준비됐다. 아무런 양념이 묻지 않은 순수한 면을 한 입 넣어봤다. 입 안에서 향긋하게 퍼지는 메밀 향. 다음엔 양념을 넣어 한 입.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혀를 자극했다.

오늘은 사장님 아드님도 가게에 나오셨더라. 이곳 저곳을 다니며 서빙하시던 아드님과 나, 사장님 셋이서 차 한 잔씩 마시며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막국수에 대한 사장님의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내 연애 사업에 대한 토론까지. 주제를 이리저리 바꾸어 가며 따뜻한 차가 식을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됐다.


차는 사장님의 마음씨만큼이나 깊고 따뜻했다. 그렇게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보면 이 순간이 쭉 계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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