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시카고의 유치원 등굣길
아이가 나를 깨우는 7시, 아침밥을 준비하려는데 하늘이 잔뜩 흐리고 꾸물거린다. 수상하다. 왠지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좀 더 서둘러 밥을 차리는데 오늘따라 아이의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 아이는 학교 가기 전에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하나 보면서 밥을 먹는데 오늘따라 더 재밌는지 푹 빠졌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9시까지는 유치원에 가야 되니 (여긴 늦게 도착하면 20불 벌금을 내야 된다)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하늘과 눈치 게임을 시작했다. 아이는 엄마 속도 모르고 계속 TV를 볼 수 있어서 싱글벙글.
눈치 게임은 완전 나의 완패로 돌아갔다.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하늘이 꾸룽꾸룽 거린다. 8시 50분, 나의 패배를 인정하고 아이에게 우비를 입히고 우산을 씌워 밖으로 나갔다. 깜빡 잊고 장화를 안 신고 나와 학교에 도착하니 우리 둘 다 비 홀딱 맞은 생쥐가 되어버렸다.
2년 뒤 초등학교는 집 앞까지 스쿨버스가 오는 학교로 보내야 되나, 아니면 학교 코 앞 맞은편 학교로 이사를 가야 되나. 어쩌면 맹모삼천지교의 맹모는 사실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