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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11. 2020

2020년을 사는 두 딸 아빠의 고민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 세상 2020년, 여전히 진행형인 남녀 평등 문제

내가 몸 담고 있은 경영 컨설팅펌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매년 비즈니스 언론사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 공동으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 (Business Book of the Year)’를 선정하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잦은 출장/비행 등을 활용해 몇몇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원하는 만큼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다 2019년 둘째가 태어나며 육아휴직을 내면서, 위 추천 비즈니스 도서목록을 대거 소화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글에선 2019년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 수상작 '보이지 않는 여성 (Invisible Women)'의 핵심 내용을 짧게 소개하고, 두 딸의 아빠로서 갖게 된 고민거리를 소개해본다.


Financial Times와 맥킨지가 선정한 2019년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 수상작 '보이지 않는 여성 (Invisible Women)'


우리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최다 득점자: 차범근 58골, 황선홍 50골, 박이천 37골 (2020년 5월, 위키피디아)

앤디 머레이, 윔블던 우승… 영국인 77년 ‘한’ 풀었다 (2013년 7월, 중앙일보)

영어보다 많이 쓰는 세계 공용어 이모지 유니코드(Emoji Unicode), 여성을 소개하다 (2016년 7월, 유니코드 컨소시엄)

위 뉴스 및 '팩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책의 저자 Caroline에 의하면, 모두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낸 남성만의 뉴스, 그리고 이러한 남성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아래 여성들의 업적과, 여성들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들을 보라.

지소연 선수: A매치 58골. 그러나 위키피디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기록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 선수일 뿐이다.

Virginia Wade: 영국인으로서 1977년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십을 우승했다. 그러나 주요 언론에게 그녀는 영국인의 '한'을 풀지 못 한 '여자' 윔블던 우승자일 뿐이다.

여자 의사, 여자 우주인, 여자 엔지니어: 이모지 공용어에서 여자가 직업을 가지고, 운동을 하는 것은 2016년 7월 ZWJ 문법 도입 전까지 금지되어 있었다. 이모지 언어에서 그녀들은 '웃는 여자', '신경질 내는 여자'일뿐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58골 최다 득점자 지소연, 윔블던 우승자 영국인 Virigina Wade, 여성들의 직업... 여전히 이들의 업적은 디지털 데이터 세계에서 숨겨져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여성 (Invisible Women)'은 정책, 투자, 성과 보상 등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여성의 데이터가 부재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 예시들을 나열하고 있다. 도시 계획에서도, 의학 연구에서도, 교육 정책에서도.


경영 컨설턴트로서 나는 늘 팀원들과 함께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복잡하게 뒤섞인 데이터를 어떻게 간소화시키고, 해석할 것인가? 데이터의 시사점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등의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게 이 책에 적힌 여성의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는 과정, 남성 중심으로 데이터가 해석되는 과정, 그리고 때로는 여성의 업적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와 닿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성 차별'을 단행하고 있었던 것일까?

팀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나는 올바는 잣대를 사용하고 있었을까?

클라이언트의 고객 경험을 해석하는 데 있어, 여성만의 니즈를 충분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했던 것일까?


여성의 업적이 최소화되는 과정과 그로 인한 여성들이 겪는 무의식 중의 차별



딸 둘 아빠의 고민

남성 중심의 사회를 살아가야 할 두 딸에게, 아빠로서 어떠한 꿈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해결해주진 못 하더라도, 딸들에게 남자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과 꿈을 심어주고 싶다. 그렇지만 "여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놀라서 물어보는 우리 집 첫째 딸은 이미 남자의 직업, 여자의 직업을 구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내가 딸아이와 놀아주면서 내뱉었던 말 한마디 한마디들을 되새겨 보면,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두 딸에게 너희는 여자니깐...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심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딸이 아들이었다면...

아빠에게 달려와 격투기 게임을 하자고 했을 때 "너무 과격하게 놀면 안 된다"라고 말을 했었을까?

분홍색은 여자 색, 파란색은 남자색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첫째 딸에게 파란색, 자동차, 군인 등을 좋아해도 된다고 설득하기 위해 억지로 나이에 맞지도 않는 Lego Technic 자동차를 사줬을까?

동네 친구들과 '남자팀', '여자팀'을 구분하여 놀기 시작한 딸에게 남자아이들과 함께 놀아도 된다는 것을 굳이 강조했었을까?


5살 딸에게 선물한 10-16살 청소년용 Lego Technic. 공주, 인형 등 '여자 장난감'을 선호하는 딸에게 '남자 장난감'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아빠로서 희망하는 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는 것...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딸들이 주늑들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빠로서의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사람 'Droneboy'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경영 컨설팅을 경험한 후 미국 Chicago Booth MBA를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시카고에서 아내 'Silvermouse'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 일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때 작가가 꿈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MBA 경영 지식 소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드론 보이'는 드론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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