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이케어 보내기
지난 주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변화가 있던 한 주였습니다. 바로 아이가 인생 첫 학교, 데이케어(어린이집)를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좀 늦게 보내려고 했었는데, 남편 직업상 일요일 오후부터 목요일 밤까지 다른 도시로 출장을 다니고 집을 비우기 때문에 저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보내기로 했어요. 아이는 최대한 오래 엄마가 품고 있어야 된다며, 아이를 데이케어 보내는 걸 반대하시던 엄마도 여기 시카고에 며칠 함께 지내보시더니, '하루빨리 유치원 등록 알아봐라'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이젠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조금은 떨어져서 독립적인 시간을 보내는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막상 유치원을 보내려고 보니 마음 속에 찜해뒀던 집 바로 앞에 있는 유치원은 내년 1월 이후까지 자리가 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한 번 유치원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이제 드디어 생길 제 자유 시간에 뭘 하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다시 내년 1월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해졌어요. 전 '지금 당장'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Plan B로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지요. 사실 이 곳은 한국 엄마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높은 곳은 아니라서 보내도 될지 망설여졌는데, 마침 가까이에 사는 한 분이 아들을 보내시는데 괜찮다고 추천하셔서 등록하게 되었지요.
다행히 아이가 학교를 가게 된 첫 월요일은 남편도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기분 좋게 학교로 출발했지요. 좋아하는 라이언 가방에 간식이랑 책이랑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담고 말이죠. 출발은 아주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만화 영화나 동화책에서 이미 '유치원 생활'을 간접 경험한 아이는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집 앞에 있는 유치원을 가리키며 '아가 학교 가'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드디어 가고 싶었던 학교에 입학. 사실 누구나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입학식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저희에게 의미가 있는 날인 거지요. 처음 유치원을 갈 때 필요한 작은 상자 안에 아이 여벌 옷, 기저귀, 물통, 물티슈 등을 넣어서 이름을 붙여서 가져갔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의 생필품인 '우유, 젖병, 이불'은 절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이가 이것들이 없으면 정말 울면서 난리를 칠 텐데, 전 아이보다 이 아이를 달래줘야 될 선생님들이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괜한 걱정이었지만요)
원래 데이케어는 9시부터 5시까지 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4시에서 4시 30분 사이에 하나씩 집에 가더라고요. 괜히 아이가 자기 엄마 안 올까 걱정할까 봐 첫 날, 전 3시 정도에 가서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아이는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표정으로 저를 맞았습니다. 울고 있거나, 반갑게 엄마를 발견하고 뛰어오는 등의 다른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짐짓 놀랬지만, 그래도 '유치원 가기 싫어서 난리 치는 아이들도 있다는데, 우리 아이는 다행히 학교를 좋아하네!'라고 안심했습니다.
학교가 끝난 다음에는 아침에 약속했던 데로 슈퍼마켓에 가서 컵케이크를 샀습니다. 매일매일 happy birthday 노래 부르고 초를 불어야되는 아이에게 한 개에 2불짜리 이 컵케익만큼 가성비 좋은 아이템은 없기 때문이죠. 아이가 마음에 드는 케익을 고르고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기분 좋은 틈을 타서 '내일도 학교 가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고맙게도 '응!'이라고 대답해줬습니다. 그리고 전 진심으로 그 말을 믿었지요!
그렇게 유치원 첫째 날을 보내고, 둘째 날을 보내고, 드디어 셋째 날 누구에게나 온다는 반응이 왔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눈 뜨자마자 밑도 끝도 없이 '아가 학(교) 가(기) 싫어!'라고 무한 반복을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유치원이 좋고, 내일도 선생님과 친구들 만나러 유치원을 가겠다고 해서 엄마 마음을 흐뭇하게 했던 제 아이가 말입니다! 갑자기 귀가 아프다며 엉엉 울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소리를 치길래 꾀병인가 해서 무조건 유치원을 데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에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아이가 열이 나니 데려가라고 했지요. 미국 유치원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열이 나면 24시간 동안은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소풍이 있던 목요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고, 금요일 힘겹게 다시 학교를 갔지요. 아이의 유치원 첫 주는 아주 느리게, 느리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주말을 보내고 난 오늘 월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학교 가기 싫다고 눈물, 콧물 흘리는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등원시켜주고 나왔지요. 교실 문을 닫고 나올 때까지도 우리 아이가 가장 목청 높여 울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엄마인 제 귀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긴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어차피 보내기로 한 이상 집착을 끊고, 이것 저것 제 나름대로 이제 미국 생활에 적응해나가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아이도, 엄마도 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얼마나 많은 눈물, 콧물을 더 흘려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분명한 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된다는 것. 언젠가 글씨를 읽을 수 있고, 글을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자기의 첫 데이케어의 일주일이 어땠을지 궁금해 할 아이를 위해, 엄마는 부지런히 사진과 글로 기록해둡니다. 비록 유치원에 아이를 울려보낸 엄마의 마음은 무겁지만, 자유 시간은 쏜살 같이 가벼워 벌써 하교할 시간이 딱 한 시간 남았네요! 아이보다, 제가 좀 더 빨리 이 생활에 잘 적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