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들의 문센 이야기

by Silvermouse

다음 달 여름휴가를 다녀온 다음부터 아이를 집 앞에 있는 데이케어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지난달에 가서 상담을 받고 왔는데, 동네에서 인기 있는 곳이라 그런지 꽤 오랜 시간 대기를 해야 입학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좀 더 제가 집에서 데리고 있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사실 이젠 아이에게도 친구를 사귈 기회를 줄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엄마랑 단둘이 노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물론 저도 이제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약간의 자유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설레는 것은 덤이지요.


그래서 데이케어에 들어가기 전까지 하루 종일 집에 있어하는 걸 답답해하는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문화 센터를 등록했습니다. 저희 집 앞에는 밀레니엄 파크라고 큰 공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매기 데일리 파크 Maggie Daley Park'라고 이름 붙은 공원과 문화 센터 시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겨울이면 아이스 스케이팅도 할 수 있고, 테니스나 클라이밍, 미니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시카고에는 곳곳에 이런 공원들이 있는데 대부분 문화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Chicago Park District

http://www.chicagoparkdistri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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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름 학기라 어린이들을 위한 섬머 캠프 등 재밌는 프로그램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만 세 살이 되지 않은 아이는 들어갈 수 있는 반이 딱 한 개밖에 없었죠. 바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부트 캠프'입니다. 엄마랑 아이랑 같이 요가도 하고, 춤도 추고, 플랭크도 하고, 몸으로 노는 반이지요. 한국에서 다니던 플레이 송스나 짐보리에 비하면 좀 미국스러운 투박함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또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아이는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아침 9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늦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서둘러야 되는데, '엄마랑 춤추러 문화센터 가자!' 그러면 하단 것도 멈추고 자기 방으로 뛰어가서 책가방에 이것저것 챙겨 나올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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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국공립 유아 시설이 없는 미국에서는 특히 동네마다 이런 문화 센터 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물론 데이케어를 가면 아이도, 부모도 좀 편한 것은 있겠지만, 굳이 비싼 데이케어 시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동네별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요일별로 아이를 데리고 다녀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는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곳은 엄마랑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업이 있고, 어떤 곳은 발레 수업이 유명하고, 또 어떤 곳은 테니스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엄마가 신청하면 되는 것이지요.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학비도 저렴한 편입니다.


그래서 사실 저도 문화센터와 데이케어 사이에서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만, 고민의 결과 우선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주중에는 시카고 집을 떠나 항상 출장을 가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저 혼자 일주일 내내 아이를 보는 것은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겨울이 되면 이 칼바람 불고 눈 쌓인 시카고 날씨에 유모차를 끌고 문화센터 수업을 갈 만한 부지런함이 제겐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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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아이를 주변 도움 없이 키우느라 조금은 지쳐있는 저는, 아이가 이제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제 품을 떠나 있는 시간이 얼른 왔으면 좋겠기도, 또 천천히 왔으면 좋겠기도 합니다. 달콤한 휴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이가 한 번 엄마 품을 떠나면 이제는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유치원도 가고 초등학교도 가고, 엄마가 필요한 시기를 지나 스스로 커가는 것이겠지요? 아이를 돌보는 하루하루는 너무 긴 것 같은데, 지나가고 보면 아이가 자라는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 빨리 지나가버립니다. 아직은 엄마가 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사는 우리 딸을 내일 더 진하게 사랑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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