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들의 생일 파티
드디어 긴 '엄마 방학'을 끝내고 다시 우리 집이 있는 시카고로 돌아왔어요. 지난 12월 25일에 시카고를 출발해서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곳 저곳을 여행하고, 또 서울 집에서 쉬기도 하면서 알찬 휴가를 보냈지요. 마음 같아서는 더 쉬고 오고 싶었지만, 아이 유치원도 계속 자리를 비워둘 수가 없기도 했고, 또 이젠 시카고 내 공간이 그립기도 해서 3월 초가 되어 돌아오게 되었어요.
돌아오자마자 아이의 3번째 생일이 있었어요. 한국 나이로는 (벌써) 4살, 여기 나이로는 3살 생일이었지요. 아이는 아직 생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뭔가 특별한 선물을 받는 날이라는 건 이제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 잠시 고민을 했지요. 유치원 친구들을 불러서 생일 파티를 해줘야 하나, 아니면 그냥 슬쩍 지나가야 되나 하고 말이지요.
사실 여기 미국 아이들의 생일 파티는 엄마들이 할 일이 많아요. 보통 일이 아니지요. 그냥 우리 어렸을 때처럼 친구들 불러서 케이크 불고 아이들이 알아서 같이 놀도록 하는 게 끝이 아니라 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하죠. 보통 3살부터 친구들을 부르는 생일 파티를 하게 되는데, 그 나이 때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간편하게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플레이룸을 대여해서 간단하게 하는 편이지요. 4살 이상이 되면 대부분 전문 업체의 생일 파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 같아요. 요즘 시카고에서 인기 있는 것으론 어린이들을 위한 실내 체육 파티를 하는 Little Gym, 방방 뛰어노는 실내 놀이터 Pump it up 등이 있어요. 또 독특한 생일 파티들도 많은데 지금까지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건 제 친구 딸 Taylor의 4살 수학 파티였지요. 그 파티는 엄마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어요.
사실 이 아이들 생일 파티는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는 해요. 제가 사는 곳은 시카고의 도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족들이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지요. 그래서 집으로 많은 아이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문 업체를 이용하지요. 만약 교외의 큰 집에 사는 가족들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는 문화가 있겠지요? 저도 아직 그런 생일 파티는 초대받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요.
아이의 3살 생일을 맞아 저도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유치원 친구들을 초대해서 정식으로 파티를 해줘야 하나, 그렇게 되면 앞으로 매년 3월은 제게 큰 숙제로 다가올 텐데, 이런저런 걱정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엔 과감히 패스, 식구들끼리 아이가 좋아할 특별한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바로 American Girl Place. 5살 정도 나이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미국 여자 아이들이 옆에 끼고 다니는 인형을 파는 예쁜 인형 가게인데, 이 안에 레스토랑이 같이 있거든요.
생일을 맞은 아이는 왕관 같은 작은 선물이 든 가방을 받고, 자기 인형과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지요. American Girl Place 인형이 없는 아이는 입구에 전시되어있는 다양한 인형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어요. 테이블에는 인형을 앉히는 의자와 인형을 위한 앙증맞은 접시와 머그컵도 세팅이 되어있어요. 음식은 3코스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마지막엔 선물 상자 모양의 이쁜 생일 케이크도 받을 수 있지요. (이건 아이에겐 비밀인데... 준비를 하나도 안 한 엄마도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 셋트 같은 고마운 곳이에요)
만약 아이가 원한다면 생일 선물로 여기 인형을 하나 안겨줄 생각이었는데, 글쎄요, 아직은 그걸 가지고 놀기에는 어린 건지, 인형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건지 밥을 다 먹고 "자, 이제 집에 가자!"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미국에 와서 두 번째 생일 파티를 잘 마쳤습니다.
아이가 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는 건, 이제 저도 3년 차 엄마가 되었단 뜻이겠지요. 회사를 다닐 때도 보통 3년이면 이제 막내 딱지를 떼고 대리님 소리 들을만한 경력이니, 이제 저도 완전 초보 엄마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이제 엄마로서 대리님 레벨이 되었으니 제 생활도, 마음도 좀 더 제 옷 입은 것처럼 편안해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