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택: 진주 귀걸이와 앞집 식당 할머니

by 새미

나는 줄곧 방 한칸에 홀로 앉아 텔레비전을 보곤했다.

텔레비전을 원없이 볼 수 있는 기회라 요즘 친구들에 비하면 원치 않은 자유를 강제적으로 허락받은 셈이다.

어머니가 일을 하지 않으면 이곳에서도 살 수 없고, 우린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에 어머니의 선택을 원망해서도 비난해서도 안된다.

어머니에게도 나를 봐줄 부모님이 계셨더라면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전전하며 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머니의 고달픈 인생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땐 어머니와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나라는 아이에게는 큰 축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따뜻하고 인자한 늙은 친구가 생겼다.

기사식당 맞은편 식당에서 국수를 파는 할머니이다.

내가 살고 있는 식당과 할머니의 식당 사이에는 철조망도 벽도 없어서 왔다갔다 하기 편했다.

그래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늘 유치원을 갔다와도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할머니 식당에 갈때마다 국수 한그릇을 내주었고, 할머니 식당 한켠에 위치한 방에 데려다 놓고 따뜻하게 앉아있게 두었다.

그리고 자석 진주 귀걸이를 내손에 안겨주었다.

할머니가 국수를 파는 사이 나는 그 방에 앉아 거울을 보며 귀에다가 진주 귀걸이를 걸어 보았고, 요리조리 귀를 살피며 흡족한듯 한참을 쳐다보곤 했다.

아직도 궁금한게 할머니는 도대체 그 자석 진주 귀걸이를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항상 갈때마다 내 손에 쥐어 주었기에 나는 그 당시 진주 귀걸이 부자였다.


어머니는 내가 할머니 식당에 가있을때마다 안심하고 일을 하였고, 저녁 시간이 되면 나를 불러내곤 했다.

할머니는 서둘러 물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나를 식당 밖으로 배웅해주었으며 어머니도 할머니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곤 했다.

할머니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부모가 없는 나의 어머니에게도 마치 친엄마처럼 대해주었다.


내 집처럼 들락날락 거리던 할머니의 식당을 더이상 편하게 가지 못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포크레인을 끌고 흙을 퍼담는 아저씨들 사이로 철조망이 생겼다.

나는 이내 눈물이 터졌고, 더이상 할머니 식당에 편하게 갈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할머니 식당을 돌아서 갈려면 혼자갈 수 없기에 나는 어린 마음에 그 사실이 매우 혼란스럽고 슬펐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어떤 오빠 축구공이 철조망 사이로 넘어갔다.

그 오빠는 당황하지 않고 철조망 사이로 벌어진 틈새로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나는 그틈을 공략해 다시 할머니 집으로 놀러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할머니 식당을 오가며 지내던 나는 이제 더이상 그집에 갈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어머니는 이 기사식당에서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본것은 철조망 사이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게 다였다.

그 이후로 나는 또다시 철새마냥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가 다시 갈곳은 이모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주인 세대가 사는 단칸방이 여러개 있는 집이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주방과 방한칸이 전부인 곳, 화장실은 빙돌아 나가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는 또다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우리 둘만 살 수 있는 집이 생겼고, 이젠 우린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에 정착하게 된다.



어머니와 나는 정착할 곳이 없었다.

누구하나 환영해주지 않는 낯설은 길목에 우리는 매일 걸었고 존재 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살지 못했던 날들이 연속이었고, 여자 혼자 자식을 키우는 일도 덧없이 쉬운일만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나에게 주어진 시련은 결말이 없었고, 현재 진행중이였음을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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