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동안 어머니는 새로산 가구를 방안에 들여 놓느라 바빴다.
낯선 아저씨 두분이 가구를 옮기며 정신 없을 틈을 타서 나는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거리에는 나의 또래가 없었다.
어린 나는 같이 놀 친구가 필요했지만 남의 대문을 쉽사리 두드리는건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에서 부터 가까운 슈퍼까지 팔을 앞뒤로 휘저으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렇게 목적없는 왔다갔다를 반복한지 지나지 않아 웃음기 가득한 오빠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둘이서 모의작당 하는것처럼 보였지만 둘의 사이는 아주 친밀한건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그들에게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르는 상태로 계속 왔다갔다 수도 없이 반복했고, 무료한 낮 시간의 여유를 허비하고있었다.
그들은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한쪽에는 팩에 들은 음료수를 들고 있었고, 내곁을 스쳐지나가는 동안 차갑고 빨간 액체가 내 전신을 뒤덮었다.
하얀색 바탕에 청록빛 꽃을 머금은 옷은 그야말로 어디서 누구한테 두들겨 맞고 피를 잔뜩 흘린 아이의 모습이 되었고, 누가 보면 기겁할 모습이었다.
나는 이내 곧 울음이 터졌고, 그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취를 감추었다.
놀란 나는 계속 울면서 집에 갔다.
어머니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놀란 눈치었다.
나는 발음도 정확하지 않고 게다가 울고 있었기 때문에 꺼이꺼이 울어 제끼며 어머니에게 지나가던 오빠들이 나에게 음료수를 뿌리고 갔다며 말했지만 어머니는 도통 알아듣지 못했다.
어머니와 손을 잡고 나온 거리에는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아스팔트만 반겼을 뿐 그들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고, 어머니는 괜찮다며 나의 옷을 벗기고 새로운 옷을 입혀주었다.
내가 살면서 가장 강렬하게 남았던 기억의 일부분이었다.
그들에게는 그저 철없는 장난이었을 테지만 나는 성인이 되고나서도 이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비참했고, 슬펐고, 왜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난 그저 그날 하루 그 거리에서 혼자 돌아다닌 죄밖에 없었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음료수를 뿌리자고 합의를 본 그 악당들이 내게는 어떤 범죄자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었다.
어린시절의 강렬한 기억은 여전히 잊지 못한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날 더욱이 생각난다.
그날 나는 그 거리에 없었더라면 그런 일도 겪지 않았을테고 현재까지 그 나쁜 기억을 지우지도 못하고
분노만 하며 살지 않았을 것이다.
어리다고 다 순수한것은 아니다.
그 초등학생 두 놈이 어린아이게 한짓은 부모가 한참 잘못 가르친거라 생각한다.
그들의 얼굴 이름 사는곳을 알았더라면 찾아가서 뺨이라도 걷어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기에 나는 그저 내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날이면 내 마음속에서 그들을 수십번이고 죽이고 있었다.
상처란 것은 사과 한마디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에서 사라져야 그때 용서가 된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