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 (3)
빛은 광원으로부터 출발해 한 방향을 가지고 직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동 과정은 우리의 시각이 인지할 수 없다.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당신은 빛이 쭉 뻗어나가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구름 사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본 적이 있을 것이고, 안개 낀 새벽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앞을 향해 빛을 뿜어내는 모습을 보았고, 공기와 물이 만날 때 빛이 꺾이는 성질이 있다며 관찰했던 빛줄기를 기억할 것이다. 맞다, 빛줄기.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 말고도 빛줄기를 관찰할 수 있는 경우는 많다. 우리는 그렇게 빛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보아왔던 빛줄기는 빛의 옆모습이 아니다. 빛은 우리에게 옆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만약 모든 빛의 옆모습이 관찰된다면 세상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반사되는 빛줄기들로 정신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너무 밝아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거나. 우리의 시각은 정확히 우리 눈으로 향해 달려오는 빛의 앞모습만을 감지한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빛줄기는 정확히 말하면 빛이 나아가다 공기 중의 수증기, 먼지 등에 맞아 반사되는 것이다. 그중 정확히 내 눈을 향해 ‘직진으로’ 날아오는 빛만을 감지한다. 공기 중 반사할 수증기나 먼지 등이 없다면 우리는 빛이 도착하기까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빛줄기는 빛의 이동경로에 맞아 산란할 수 있는 반사체가 공기 중에 존재할 때만 관측된다.
앞서 썼던 [우리는 사과를 잡을 수는 있지만 사과를 볼 수는 없다] 편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먼지가 아닌 먼지에 맞은 빛을 본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히려 이 경우에는 먼지의 존재를 잊은 채 보고 있는 것이 빛이라고 인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증기 먼지들이 하나의 줄기를 형성해 마치 빛이 지나가는 옆모습이 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뿐, 결국 그것도 빛의 앞모습이다. 우리는 빛의 앞모습만을 인지할 수 있다. 절대 자신의 옆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빛은 참으로 도도한 존재다.
잠시 글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자. 지금 내 눈에 담기는 모든 빛은 정확하게 내 눈을 향해 날아오는 빛의 앞모습이다. 태양빛이든, 인공조명이든,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주변의 물체들을 맞고 반사하여 내 눈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빛만을 우리는 감지할 수 있다. 창가에서 쏟아지는 빛이 선명한 형태라 할지라도 공기 중 반사체가 없는 환경에서는 창문과 벽 사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깨끗한 벽의 빛 자국만이 보일 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빛이며, 우리의 눈은 내 눈을 향해 날아오는 빛의 앞모습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앞에 놓인 사과는 하나라 할지라도, 어떤 빛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또 나는 어디서 그 빛을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하나의 사과는 수백수천 아니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같은 공간에서, 심지어 바로 옆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빛과 세상은 전혀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다. 본다는 것은 그렇게 상대적이며 매우 불완전하고 연약한 감각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디자인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공간의 사용자는 어디서 어떻게 어떤 것을 볼 것인가, 또 어떤 위치로 이동하고 어디에 어떤 자세로 머무를 것인가를 시뮬레이션하면 어떤 빛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다. 빛의 성질과 우리의 삶을 이해하면 우리는 보다 좋은 빛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