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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Sep 02. 2022

우리 몸속의 시계는
어떻게 지구와 동기화되는 걸까?

빛을 통해 자연과 동기화되는 우리의 몸과 푸른 파장의 빛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폰을 열어 현재시간을 확인한다. 만약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면 우리는 늦잠을 자거나,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는 등의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시간은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예로부터 수많은 과학자과 기술자들은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시계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정확한 단위의 초를 맞추기 위해 태엽과 진자를 사용하는 것부터 음파와 수정의 진동을 이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1초를 재는 기술은 점차 발전하였다. 

 
 

과거 정확도 높은 시계 기술의 핵심은 '오차 없는 1초'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에는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또 한 가지의 기술이 더 존재한다. 바로 지속적인 ‘동기화’ 기술이다. 제아무리 오차가 적은 시계라 하더라도, 애당초 제대로 맞추어져 있지 않거나 배터리 문제로 멈춰버렸다면 우리는 잘못된 시간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이토록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정확도뿐 아니라 언제나 통신망을 통해 기준 시간에 동기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또 한 가지의 기술이 더 존재한다.
 바로 지속적인 ‘동기화’ 기술이다.



이 때문일까, 현대의 우리는 벽걸이 시계나 손목시계가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스마트폰의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곤 한다. 이는 지속적인 동기화를 거치는 스마트폰 시계의 신뢰성이 다른 시계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도 시계가 존재한다. 배고플 때 울리는 배꼽시계나, 졸릴 때 나오는 하품 시계와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몸에는 지구의 하루 주기에 맞춰진 신체 내부의 정밀한 시계가 존재한다. 밤이 되면 잠에 들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는 생활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는 모두 우리 몸에 생체시계라고 불리는 기관을 통해 조절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체시계의 비밀에 대해 인류가 자세히 알게 된 것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의 자전주기인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생체리듬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 뇌의 중심부에는 위치한 아주 조그만 크기의 시교차 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 불리는 부분이 존재한다. 1970년대 한 연구를 통해 SCN이 손상된 햄스터가 하루를 주기로 이뤄졌던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에 관련된 리듬을 잃어버렸음이 발견되었고, 이로써 SCN이 우리 몸의 생체시계 역할을 하고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계가 지구의 자전 주기, 즉 24시간 주기와 어떻게 동기화되는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보다 훨씬 최근의 일이다. 2002년, 미국 브라운대 데이비드 베르슨 교수는 우리 눈 속에 빛을 감지하는 새로운 세포, 감광신경절세포(ipRGC)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 세포가 수용한 빛 정보를 보내는 곳이 바로 SCN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 정보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자연의 시간과 동기화시켜 우리가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빛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자연과 동기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밝혀졌다.



이 연구가 놀라웠던 이유는 그전까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우리 눈에서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원뿔 세포와 막대 세포(또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로 표기) 단 두 가지뿐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발견으로 인해 신경과학계의 100년이 넘는 도그마가 깨졌다. 이후 생체시계 분야는 과학계에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비행에 따른 시차극복, 야간 근무자들에 대한 연구, 투약 시점에 따라 약의 치료효과가 달라지는 현상 들이 발견되었다. 이후 세포 생체시계 메커니즘을 발견한 미국 과학자들은 2017년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우리 삶 속에 가장 깊게 관여된 발견이 있다. 바로 블루라이트, 즉 파란색 파장의 빛이 생체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견이다. 노란 계열의 파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뿔 세포나, 녹색 계열의 파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막대 세포와는 달리 제3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감광신경절세포는 파란 계열의 파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해가 지는 저녁시간 이후 푸른빛에 노출이 될 경우, 우리의 생체시계에 혼란을 가져와 수면과 생활리듬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가 지는 저녁시간 이후 푸른빛에 노출이 될 경우, 우리의 생체시계에 혼란을 가져와 수면과 생활리듬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녁시간 이후 푸른빛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올바른 생체시계의 동기화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존재하는 블루라이트의 조절이 필요해졌다. 스마트폰에는 일정 시간 이후로 화면 속의 블루라이트를 줄여 생체시계의 혼선을 줄이는 옵션이 추가되었다. 화면뿐 아니라 공간 속의 블루라이트를 줄이려는 노력도 우리의 생활리듬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의 생체리듬을 자연의 시간과 올바르게 맞추기 위해서는 저녁시간의 조명을 전구색과 같은 낮은 색온도로 변경하고 전반적인 빛의 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지속적인 동기화를 통해 정확한 시간 정보를 알려주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몸의 시계를 외부환경에 올바르게 맞춰 지낼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올바른 동기화를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자연을 닮은 빛으로 우리 몸을 자연의 리듬과 맞춰 나갈 때 더욱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What Makes You Tick: Circadian Rhythms (출처:OxfordSp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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