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그리는 삶
얼마 전, 용산구 갈월동에 있는 줄라이카레에 다녀왔다.
이치젠 덴뿌라 메시를 방문하던 날 외관이 귀여워서 사진으로 찍어뒀던 곳이었다.
방문했을 때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고 "안녕하세요", "저기요", "식사되나요?" 여러 번 외친 후에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저녁시간에 방문했었는데 손님도 나 혼자였고 사장님도 가게가 비어있을 때 방문한걸 민망해하셔서 그랬는지, 대화를 잠시 나눌 수가 있었는데 "점심에 장사가 잘되고 저녁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라고 하셨다.
미스터 tmi 타이틀에 맞게 "저번에 이치젠 들르는 길에 봤는데 그때 가게가 예쁘다고 생각했고, 근처에 볼일 보러 오는 김에 들렀어요"라고 전혀 궁금해하지 않을 만한 멘트를 건넸는데 "이치젠 맛있죠? 영업시간대가 너무 겹쳐서 저도 이치젠 사장님도 서로 가게 방문을 못해요"라는 소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메뉴는 많지 않았다. 가장 기본인 카레를 시켰고 준비되는 동안 셀프였던 수저, 냅킨, 물, 단무지를 챙겨 왔는데 단무지에서 유자향이 나는 게 참 독특했고, 뒤이어 들어온 옆 테이블에서도 유자향 얘기를 하는 걸 얼핏 듣게되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카레가 나왔다.
소시지, 해쉬브라운, 꽈리고추, 단호박, 가지, 마늘, 계란이 들어간 카레였다.
사실 맛없기 힘든 메뉴 중 하나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카레를 빼놓을 수 없다. 집에서 만든 카레든, 3분 카레든, 어느 음식점에서 먹는 카레든 기본은 하기 때문에 그래서 정말 맛있었냐고 물으면 극찬까진 어렵겠지만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지는 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기에는 사실 배가 많이 고파서 거의 흡입을 했고 만족스러운 저녁 한 끼였다.
나설 때가 되니 1층 테이블에 손님이 여럿 있었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나오면서 명함을 한 장 부탁했는데 "저희는 명함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어요" 하시는 말에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나왔던 '파스타로 시작했으나 점심에 파는 카레가 잘되어서 카레집으로 바뀐 곳'이라는 설명이 꽤 잘 들어맞는 느낌이어서 재밌었다.
'다음에 오면 드라이 카레를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