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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육아 그리고 집안일

ADHD 엄마는 감내할 것이 꽤 많을지도?

by 미소핀

누구나 ADHD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성인 ADHD 환자가 급속하게 늘면서, 콘텐츠의 흐름도 이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ADHD 증상 체크리스트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혹시 나도?' 하며 의심하고,

'난가?' 하며 웃고,

'너 아냐?' 하며 놀리는 ADHD의 여러 증상들.


ADHD 환자 중에서도 여성의 경우 조용한 ADHD가 많고, 불안 및 우울과 같은 공존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발견과 치료가 어렵다고도 한다. 나의 경우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감정조절의 문제, 주의력의 문제가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초래했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있어 나를 판단해줄 사람도 없고,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상황이 아니니 병원으로 가는 길이 어려웠던 것 같다.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좋은 습관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증상 정도도 크게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건망증 등 주의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도 있기 때문에 본인이 ADHD인지 쉽게 확신하기 어렵다. 최근 소식으로는 현대사회로 들어서며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로 ADHD 증상이 흔해지고 있다고도 한다.


'난 이 정도는 아닌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진짜 ADHD인가' 하고 의심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특히 본인이 '엄마'라면 나의 증상 리스트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본인의 ADHD를 의심하는 엄마가 계시다면 아래의 내용을 참고해 보시라! 내가 엄마로서 겪은 ADHD 증상들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이 절대적인 ADHD의 증거이지 않으며,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읽어보시길 바란다.


역시 ADHD 판정은 의사 선생님께.






ADHD 엄마는 이렇습니다

멀티태스킹 및 주의 전환이 어려움

설거지할 때 말 좀 걸지 마라!!

육아를 하며 나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전에도 멀티태스킹이 안 되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나의 모든 주의를 독차지해야만 만족하기 때문에 나 홀로 육아하는 시간이 힘들었다.


특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아이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순간에는 모든 평온이 깨지고 버겁고 짜증이 솟았다.

"엄마 지금 설거지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해 줄래?"

"엄마 뭐 하고 있지? 기다리라고 했잖아."

"엄마 바쁘다고 했잖아! 그만 불러!"

정작 돌이켜보면 '잠시 멈추고 더 다정하게 답할 수 있는데'하며 늘 후회하곤 했다.


성인의 일상에서는 내가 집중하고 있을 때 그 자체를 존중해주기도 하고, 반응이 없거나 늦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육아에 있어서는 그런 존중과 이해를 아이에게 바라기는 어렵고, 아이와 있을 땐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아이에게로 주의를 수시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지금도 나에겐 큰 어려움이다. 그래도 이전부터 인식하고 주의하고 있던 부분이라 약 도움을 받아 가장 많이 개선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추가로 아이들의 말을 종종 못 듣거나 못 알아들을 때, 진짜 미안하다.

아이들이 이해해 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순간적인 우선순위 판단이 어려움

엄마도 울어도 되나요? 몸이 10개였으면 좋겠다.

현관 벨이 울리고, 전화가 울리고, 물이 팔팔 끓고 있고, 아이가 울고 있는 상황! 어떻게 무엇부터 대처할 것인가요? 하는 심리테스트가 어릴 때 유행한 적이 있다. 글로서 접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내가 진짜 저 상황에 처한다? 당황해서는 엉엉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집안일과 육아는 순간적인 판단을 많이 필요로 한다. 회사 일이나 공부는 우선순위 판단이나 시간 관리에 있어서 초 단위의 판단을 요하지 않았다. 다이어리나 플래너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었다.


요리를 한다고 가스레인지가 켜져 있고, 지금 나는 짧은 설거지를 하고 있고, 아이 하나가 거실에서 쉬야 실수를 했고, 다른 아이는 화장실에서 응가 닦아달라고 부르는 중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하지만 육아하는 엄마는 알 것이다. 그렇게 드물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하기 싫은 일, 반복되는 일에 집중력 바닥

우리 첫째는 어쩜 이렇게 오래 집중을 할 수 있는 걸까, 다행이다.

우리 첫째는 퍼즐놀이나 보드게임, 독서 등 꽤나 정적인 활동을 집중력 있게 오래 하는 편이다. 문제는 나.


'아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은데.'

'이 게임 또 하자고?'

'벌써 똑같은 책을 몇 번이나 또 읽어달라는 거지?'


아이랑 퍼즐 맞추다 말고 집안일하러 간다면서 도망가고,

아이와 똑같은 보드게임은 1번 이상 하기 힘들어하고,

아이 책은 무조건 새로운 책으로 뽑아오는 엄마다.

당연 아이에게 좋은 일이 아니고, 나의 산만함을 아이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일이라 꼭 고쳐야 할 일이다.


+ 집안일이 유난히 나에게 어려운 것도 무던히 반복되는 일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주변 정리정돈 어려움

아이와 함께 연습하는 정리정돈 놀이!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는 어려움으로 아직까지도 습관화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집안일 중 아직까지도 정리정돈이 매우 어렵다. 무슨 체계를 어떻게 가지고 정리를 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건지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거실과 부엌 같이 공개된 공간은 어느 정도 규칙을 가지고 정리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 책상 위나 옷장 안처럼 개인적인 공간은 낡아빠져 흐릿해진 규칙과 뚜렷한 혼돈만이 있을 뿐이다.


덕분에 "엄마, 옷 여기에 걸어두면 안 되잖아." 하는 첫째의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우리 똑순이!


내가 정리정돈에 서투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약을 먹으며 가장 도움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라 요즘은 습관화에 신경 쓰고 있다. 자기 전 거실 정리, 외출 후엔 개인물품 정리 습관을 아이들과 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물건 잘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림

제 물건을 찾아주고 챙겨주시는 주변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정돈이 잘 안 되니 물건을 잘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걸 잃어버린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보통은 몇 개월 내, 주변이나 집안에서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건 잃어버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내가 물건을 칠칠 흘리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좋아서인지 지갑이나 카드, 휴대폰 등을 잃어버려도 90%의 확률로 다시 찾았다! 1년에 2~3번은 잃어버리고 찾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돌이켜보았을 때 어릴 때 과잉행동도 있었는지 물건을 잘 부수기도 했는데, 학창 시절 부순 전자사전만 3개, 핸드폰 액정 교체주기는 1년이 기본이었다. 대학시절 첫 노트북도 6개월 만에 부쉈는데 그것도 아버지가 "니는 어차피 이것도 부술 거니까, 제일 비싸고 튼튼한 거 말고 두 번째로 비싼 걸로 사"했던 말이 실현되었다.


그래도 이 특징에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웬만한 물건을 부숴도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날 바쁨

엄마는 원래 바쁜 거야!

우리 첫째는 나에 대해 말할 때, "엄마는 만날 바빠."라고 말하곤 한다. 정해둔 아이들과의 '놀이시간'(보통 하원 후 1시간 정도) 외에는 아이들에게 늘 바쁜 엄마다. 집안일을 계속하고 있고, 집안일이 아니면 개인 정비 시간이라도 갖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든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서 집에 없는 시간에 집안일을 하면 좋으련만, 그림을 그리든 운동을 하든 덕질을 하든 아이들이 없을 때 더 바쁘다. 오히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아이들이 있어야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더 집안일이 손에 잡힌다.


어이없게도 휴대폰 보느라 바쁜 순간도 있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육아 중엔 치명적이라 휴대폰 사용을 아이들과 있을 땐 최대로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 눈을 피해서 휴대폰을 보기도 하고 일부러 휴대폰으로 할 일을 만들기도 한다. 종종 심각한 휴대폰 중독으로 번지기에 앱차단 어플은 필수다. 가뜩이나 쉬는 시간을 가질 줄 모르는데 스마트폰은 그런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느낀다. 그래도 육아하며 휴대폰을 보거나 만지지 않는다는 규칙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근데 실수도 많음

엄마는 원래 조금... 그래!

어린이집 갈 때 가방, 낮잠이불 등을 두고 와서 허겁지겁 뛰어가는 일이 잦다. 다들 이 정도는 실수하지 않나 싶지만 아니더라. 짐 챙겨서 외출할 때 차키, 휴대폰, 지갑 등 다양하게 두고 오기 때문에 차에서 기다리는 건 우리 아이들의 몫... 분명 바쁘게 준비하는데 미덥지 못한 엄마다.




아이에게 공감하는 것이 어려움

왜 넘어졌어? 아ㅏ아아아아니, 괜찮아?

MBTI에서 T라고 하는 'T발, 너 C야?'의 '너'를 맡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것이 어렵고, 나의 논리가 더 우선시된다. 이런 ADHD 엄마는 감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사회생활이나 아이 육아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의 F 성향의 지인이나 책 등을 통해 적절한 사회적 패턴을 주입받는다.


1) 지인이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웃지 않는다 중요!)

2) "괜찮아?"라고 묻는다.

3) 그다음에 궁금한 차 상태 및 보험, 개인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묻는다.

* 2번보다 3번이 앞서면 안 된다.


1) 아이, 남편이 넘어졌다. (웃지 않는다 중요!)

2) "괜찮아?"라고 묻는다.

3) 그다음에 궁금한 어떻게 넘어진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준다.

* 2번보다 3번이 앞서면 안 된다.


아이는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행동인데, 이해하지 못하고 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가 뒤늦게 '아하~ 엄마 도와주려고 그랬어? 고마워, 미안해...' 하는 패턴도 잦다. (이쯤 하면 눈치가 없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계속 살펴보고 고민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여러 육아서를 읽으면 아이의 정서 상 감정을 읽어주고 살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돌이켜보자면 내가 ADHD라는 것을 알기 전부터 F 엄마인척 감정을 살피고 공감하는 흉내라도 된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ADHD 엄마라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다행인 것은 나의 경우 시간관리나 학습에 있어서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오늘까지 학업이나 업무적으로 큰 문제없이 지내왔다는 것. 게다가 ADHD라면 흔한 불안과 우울 같은 공존장애를 강하게 겪지 않았다는 것.(그건 엄마가 나를 사랑으로써 자존감 하나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키워주셨기 때문이리라.) 다만 잦은 주의 전환이 필요하고, 통제받지 않는 환경이라는 육아와 집안일이라는 특성이 나에게 더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기에 육아공부를 시작으로 정서교육, 뇌과학,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었고,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나 자신에 대한 발견들이 결국 나의 ADHD를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더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었을까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ADHD라는 사실을 알고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니었다면 나의 성격과 기질을 탓하며,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으로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또, 아이들의 기억 속에 늘 바쁘고, 서툴고, 차가운 엄마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육아하며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은 당연히 많겠지만, 조금은 더 고단하고 고통스러울 ADHD 엄마를 위해 작은 공감과 응원을 보낸다.





내가 너희를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할 수 있는 엄마라는 사실에 감사해.

너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해.

더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함께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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