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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Mar 18. 2020

항암치료의 시작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3)

큰 병원에서 한 검사 결과 역시나 암이었다. 정확하게는 유방암이었다. 선 항암을 먼저 하기로 했다. 암의 크기와 임파선 전이 여부에 따라 선 항암 / 선수술이 결정되는 듯하였다. 우리는 2기-3기 사이로 추정되었고 임파선 전이가 있었기에 항암을 먼저 하여 크기와 임파선에 있는 암을 최대한 잡고 수술을 하기로 한 것이다. 외과와 종양내과의 협진이라고 했지만 서로 그냥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방암 진단 소식이 조금씩 알려지게 되자 사람들은 '요즘 암은 병도 아니래' '유방암은 암도 아니래' 등의 위로를 건네 왔다. 그때만 해도 위로가 되었다. 


암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로선 일단 생활 습관을 바꿔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암'과 '생활습관'이 들어간 책들을 다 샀고 꼼꼼히 읽고 정리하여서 처갓집의 냉장고 및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는 입맛이 없고 오심에 시달리는 와이프가 무엇이라도 조금 먹기를 바라는 마음과 좋은 것만 먹기를 바라는 마음 두 가지가 매일매일 충돌하였다. 


더 힘들었던 것은 나에겐 남은 학업이 있었고 다시 학교가 있는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 총 8회 항암치료에 4회가 끝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었고 그렇게 난 학교로 돌아갔다. 




가족과 3개월 떨어짐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늘었음을 의미했다. 그러다 보니 '유방암'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에 대한 내용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평균적으로 유방암은 4기 즉 장기에 전이가 없는 이상 5년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암종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방암은 암도 아니래' 등의 위로를 하는 거겠지.


몰랐던 사실은 유방암이 3가지 정도의 종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호르몬성 유방암, HER2 유방암, 그리고 삼중음성 유방암. 우리는 삼중음성 유방암에 해당하였다. (즉, 호르몬 2가지 그리고 HER2가 셋다 음성이라는 의미)


세 가지 유방암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삼중음성 유방암은 셋 중 안 좋은 암이었다. 삼중음성 유방암 3기 (임파선 전이)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어떤 곳에 선 65% 어떤 곳에 선 82%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종류의 유방암은 3기가 90% 이상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흠. 5년 뒤에 와이프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적게는 65%. 


지나치게 내용을 많이 찾아보다 보니 일상으로 복귀가 늦어졌고 나는 앞으로  암에 관한 내용을 덜 찾아봐야지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겠구나. 매일 밤 와이프랑 아들이랑 통화할 때 좀 더 즐거운 목소리로 통화하고 웃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와이프 진단 후 와이프의 생일을 떨어져서 보내게 되었고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시간은 금방 흘렀고 가끔 암 관련 농담도 주고받으며 우리는 점점 '괜찮아'졌다. 나는 이 '괜찮아짐'이 정말 불편했다. 정말 다시 이전처럼 웃고 떠드면서 살아가는 것이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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