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4)
3개월은 빨리 갔고 여름방학이 되어 나는 어느새 다시 처갓집으로 돌아갔다.
와이프의 항암치료는 선 항암 8차 중 4차를 마친 상태였고 나머지 4차는 내가 함께 하게 되었다. 첫 4차에 쓴 약은 공포의 '빨간약'이라고 불리는 AC 그리고 두 번째 4차에 쓸 약은 Docetaxel (도세탁셀)이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거의 모든 삼중음성 유방암 1-3기에 해당하는 환우는 이 두 가지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중간 검사 결과 암의 크기는 그대로였다. 항암치료의 반응을 볼 때 Complete Response (CR): 완전관해, Partilal Response (PR): 부분 관해, Stable Disease (SD): 병변 유지, Progressive Disease (PD): 병변 진행, 정도로 평가를 하는데 우리는 SD에 해당했다. CR, PR이 아니어서 아쉽고 불안하다 하지만 PD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두 번째 약은 듣겠지. (내가 아무리 불안하고 염려스러워도 절대 와이프에게 티를 내서는 안된다)
그동안 장모님과 장인어른과 와이프가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처갓집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슬슬 생기는 장난감들. 슬슬 필요해지는 아들 전용 책꽂이.
어린이집을 안 가는 방학이나 주말엔 아이와 나와 둘이서 부모님 댁을 종종 찾았다. 소방차 / 앰뷸런스 / 경찰차를 좋아할 만한 나이였던 아들은 부모님 댁 앞에 있는 소방서에서만 30분을 서성였다.
이제 앞으로 2개월이면 남은 4번의 항암치료도 끝날 것이고 10월이면 수술이다. 희망찬 발걸음으로 다시 처갓집을 향한 기차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