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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Mar 23. 2020

새로운 챕터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5)

그렇게 방학은 금방 지나갔고 남아있던 4번의 항암치료도 무사히 마쳤다. 아쉽게도 두 번째 쓴 약 (4차 동안)도 마찬가지로 암 병변은 유지였다. 그래 또 안 커진 게 어디야. 응급실도 한 번밖에 안 갔어. 이렇게 위로했다. 수술만 하면 마무리될 것 같았고 그럴 거라 믿어야 했다. 


항암치료 후부터 수술 날까지 와이프는 (정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그동안 항암치료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건강한 생활 습관들을 몸에 익혀가고 있었고 양측 전절제는 결코 작은 수술이 아니기에 컨디션 관리에 매진하고 있었다. 


수술하기 전날 입원을 하였고 내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외과 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폐에 염증이 하나 보이긴 하는데 이 정도는 아마 괜찮을 거야" 


마음속으론 엄청 찝찝했지만 역시나 그 마음을 와이프에게 티를 내선 안되었다. 


와이프가 수술실에 들어가던 날 그 몇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기다려도 기다려도 와이프의 이름은 안 불리어졌다. 그러던 찰나 어떤 간호사가 보호자를 찾았고 난 막 뛰어들어갔다. 회복실에서 와이프는 웃어주었다. 


'아 이제 진짜 끝났나 봐 이제 우리 새롭게 시작해보자' 희망찬 다짐을 하였다.




와이프가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하기도 전에 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한 달 뒤면 다시 또 방학이기에 잠시만 참았다 보자고 인사를 하고 공항을 향했다. 


와이프는 씩씩했고 큰 수술 뒤에도 여전히 씩씩했다. 


도착하자마자 영상통화를 했을 때도 와이프는 웃고 있었다. 큰 짐을 들고 끙끙대다 내려놓은 사람 같았다. '그럴 만도 하지' 나도 이렇게 마음이 편한데.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되었다. 와이프가 잘하면 내년 봄에 다시 나와 아들과 일상생활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그게 목표였다. 


근처 미술관에서 와이프가 좋아할 것 같은 전시회를 한다고 하여 가서 사진도 많이 찍어서 보내주고 집에 걸만한 그림도 하나 사서 가져왔다.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하늘과는 대조되는 런던의 우중충한 하늘. 


와이프랑 아들 오면 뜯어야지 하면서 비닐채로 놔둔 채로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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