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하여...

이기심으로 쓴다.

by 노용기

서점에 가면 가끔 얇은 비닐 포장지에 싸여 있는 책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책들이 포장지에 싸여 있는 이유는 단지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리라. 이 점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책의 원래의 목적과는 상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책은 읽히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누군가에 읽히길 원치 않을 책이라면 일기장에 적어 책장에 곱게 모셔놓으면 된다. 또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듯 유명하지 않은 글쓰기 플랫폼 정도에 글을 올려놓는 정도면 족할 것이다.

나는 포장지에 싸여 있는 책들을 크게 두 종류 나눈다. 구매 후 소중하게 읽어야 하는 책. 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책. 책의 두께가 얇고 콘텐츠보다는 화제성을 가진 저자가 쓴 책들은 보통 후자에 속한다. 과거에 스캔들을 일으켰거나 또는 사회적으로 화재가 되었던 분들이 쓴 책들이 이런 경우가 많았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읽기가 편하다. 즉,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마치 가판대의 신문처럼 쭉쭉 읽어버린 후 가방 어딘가에 넣어 놓고 다시 꺼내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출판사들도 그걸 알기에 책의 가치를 알리기보다는 일단 팔고 보자는 마음에서 포장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친구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를 하나 받았다. 나무 위키(NAMUWIKI)에 내가 지금 글을 남기고 있는 브런치에 관한 글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이곳저곳 능력자들 위주로 포진되어 있어서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없고 휴민트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소문이 퍼지고 점차 일반인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지금은 그러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퇴고를 거치지 않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갖은 비문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 늘 그렇듯 문장의 빈곤함은 사유의 밑천과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독특한 관점과 사유가 묻어나는 글들은 묻히기 일쑤.

문자를 받고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퇴고를 거치지 않는 이용자. 나를 지목하는 것 같았다. 과거 육아 휴직하며 글을 쓸 때는 시간이 있었다. 글을 쓰기 전 개요도 작성하고, 작성 후에는 한 번 정도는 퇴고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지금은 글을 쓰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다. 매일 업무에 치이다 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때가 많다. 그저 퇴근하면 쉬고 싶고 자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조금 이기적이 되었다. 구독자들에게 좋은 글을 선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은 자물쇠로 잠가 놓은 지 오래다. 그저 일상의 생각들을 메모하고, 메모를 바탕으로 옮겨 적을 뿐이다. 이 글이 언젠가 발행하게 될 내 책의 글감이 되길 바라면서. 은퇴 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꺼내보고 재 편집할 요량으로 말이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브런치가 돈을 벌어다 주는 플랫폼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다. 돈 주고 사서 보는 글도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는데, 요즘 서점에 가도 볼 만한 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야." 그 대화 이후 한동안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안 그래도 세상에 쓰레기가 많은데, 굳이 나까지 책을 써서 세상에 쓰레기를 추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아니어도 글 쓰는 사람 많은데, 퇴고는 기본이고 오타 조차 제대로 검수 못한 글을 브런치에 계속 올리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화재성 있는 인물도 아니어서 포장지에 싸인 책보다도 가치가 없는데, 굳이 나까지...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독자분들께 미안하지만, 독자분들과 공감하고 나의 생각이 혹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쓰는 이유가 없진 않지만, 그냥 글을 써야겠다는 이기심이 다시 글을 쓰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나를 위해서. 처음 글을 쓸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최근 예전에 썼던 글을 모아 개인 소장용으로 책을 만들었는데 나름 뿌듯함도 느꼈다. 앞으로도 글을 쓸 때마다 처음 한 줄의 글쓰기를 막는 여러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말이다.)








나무 위키 출처: https://namu.wiki/w/%EB%B8%8C%EB%9F%B0%EC%B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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