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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10. 2024

"폼 잡지 말고 관리 편한 집 지어!"

집보다 창고가 중요하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관리 대상이란 것 명심!

누구나 경치 좋은 곳에 아름다운 집 짓고 사는 꿈을 꾼다. 신문이나 잡지, 방송에 나오는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

    

멋있고 살기 편하고, 보기 좋은 집이면 더 이상 바랄 없겠지만 다 갖추기란 쉽지 않다.


멋있게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살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멋도 부리고 편리함도 찾으려면 돈을 많이 들여야 한다. 멋만 부린다면 불편할 수도 있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사는 집, 내 입맛에 맞춰 편하게 살 수 있으면 되는데, 겉멋만 들면 다른 사람들 보기에만 좋은 집이 된다.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집 등 이유가 있다면 멋을 부려야 한다. 감당할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멋을 부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집을 지을 때 계획을 잘해야 한다.

     

살아보니 시골집은 따뜻하고 살기 편한 것은 물론이고 관리하기 쉬워야 한다. 살면서 손때 묻혀 가꾸다 보면 멋있는 아름다운 집이 된다. 집은 짓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다. 그러려면 편하고 부담 없이 가꿀 수 있어야 한다.



"멋 부리다 얼어 죽는 집'


어릴 때 생각이 난다. 내복도 챙겨 입지 않고 얇은 옷에 겉멋을 잔뜩 부리고 외출을 서두르면 어머님이 “개폼 잡다 얼어 죽는다.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가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집 지을 때도 멋 부리다 얼어 죽고,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멋 부리고 폼 잡다 얼어 죽는 집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살면서 “내가 저걸 왜 했지?” 하며 후회하는 경우들이다.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으로 행복해지는 집도 있고 불편하지 않게 잘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장작은 누가 패고 재는 누가 치울 건데..."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집을 지으면서 황토 구들방을 많이 만든다. 아궁이에 장작을 때고 아랫목에 누워 등을 지지는 로망 때문이다. 실제 해보면 쉽지 않다. 장작 준비하고 불 때고 아궁이 재 치우고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는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물론 다른 일 없이 산다면 취미 정도일 수도 있을 거다.


구들방과 비슷한 것 중 하나가 벽난로다. 장작 타는 소리도 듣고, 고구마도 군밤도 구워 먹는 그림은 참 좋다.

목공방처럼 자재 부스러기가 많이 생기고 먼지가 나고 지저분해져도 괜찮은 공간이라면 난로 놓고 나무 때는 것이 괜찮다. 카페처럼 분위기 내는 공간에서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이라면 많이 불편할 수 있다. 나무를 준비하고 불 지피는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보일러와 비교했을 때 몇 배 불편하다.


거기에 장작을 보관할 창고도 있어야 하고 아궁이 주변은 늘 먼지와 연기로 지저분하다. 청소를 잘해야 한다. 굴뚝 청소를 안 하면 화재의 위험도 있다. 특히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도 신경 써야 한다.


매일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 먹고, 장작불 소리를 들으며 불타는 밤을 보낼 것 같지만 몇 번 해보면 별 재미도 없다. 귀찮다. 거실이 추워 보조 난방을 한다면 몰라도 멋으로 만든 벽난로는 나중에 인테리어 정도로 쓰인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관리를 해야 한다


집을 지을 때 마당에 잔디 깔고 한쪽 옆에는 텃밭을 만다. 채소를 손수 길러 먹고 이따금 친구나 친지들이 오면 잔디밭에서 삼겹살 파티라도 할 욕심을 낸다. 하지만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름에는 풀밭이 된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관리 대상이다. 관리를 안 면 자기 멋대로 자란다.


팔아서 돈을 벌 생각으로 하는 농사가 아니라 텃밭농사라면, 잘 기른 농작물 처치 곤란일 수 있다. 먹을 사람이 없다. 제때 추수를 못 한 채소와 야채, 곡식들이 밭에서 그냥 버려진다. 어지간한 정성과 노동력이 없으면 마무리까지 쉽지 않다. 그러다 힘들면 데크 만들고 자갈 깐다. 더하면 잔디밭이고 텃밭이고 아예 콘크리트로 포장한다. 관리하기 쉽다.


전망이 좋은 2층 방 앞에는 발코니를 만든다. 예쁜 테이블을 두고 가끔 커피도 마시고, 햇살에 앉아 책도 읽고, 그런 그림이 참 좋다. 다락방에는 하늘의 별을 보겠다며 천창을 만든다. 한두 번 오르락내리락해 보면 별거 아니다.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 그렇게 많지 않다.


얼마 안 가 창고로 변해 있다. 청소가 제대로 안 돼 먼지가 쌓이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누수 등 하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집보다 창고가 중요


집 지을 때 관리하기에 얼마나 편하고 경제적인가를 꼭 생각해 봐야 한다. 관리가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면 두고두고 고민거리다. 만들고 가꾸는 것에 취미나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집을 직접 관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에게 맡겨야 한다.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쓸데없는 것에 겉멋을 부리지 말고 실제 필요한 것을 준비해야 살면서 도움이 된다. 바로 창고다. 시골살이를 잘하려면 집보다 창고가 더 중요하다. 정원도 가꾸고 집도 꾸미게 된다. 당연히 공구와 도구, 자재들이 필요하다. 작은 것들이야 집안에 둘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생긴다.


하나둘 사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마당 여기저기 쌓인다. 정리가 안 돼 있으면 쓰레기장이 된다.


전에 사용했던 공구나 자재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도 못 하고 찾지도 못해 새로 사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보면 똑같은 것이 몇 개씩 있다. 전원주택에서는 집보다 창고가 중요하다. 그래야 정리가 되고 그게 생활비를 아껴준다.


살면서 창고 관리를 잘하는 것이 시골생활을 잘하는 방법이고 폼 잡다 얼어 죽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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