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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13. 2024

태백을 지나며

막장에서 나훈아를 닮은 막내 외삼촌은 새파란 젊음을 마쳤다.

오늘처럼 산벚꽃 흐드러진 날 태백 탄광에서다.


군대 갔던 큰아버지가 사고로 흰 봉지에 담겨 돌아온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평생을 정신없이 누워 살았다.

큰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사촌 누이는 엄마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

마마를 앓고 곰보가 돼 시집간 곳이 태백이었다.

기억할 수 없이 까마득한 날이지만 아마

푸르른 봄날 산길 따라 완행버스를 타고

시집을 갔을 게다.

나이 많은 매형은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저는

사람 하나는 착한 술꾼이었다.


친구가 대학을 다니다 학비를 벌러 찾아갔던 곳이 태백의 탄광이었고

젊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며 굴속으로 보내주지 않아

'가다'없이 심부름만 했다는 친구는

바닷가에서 슈퍼마켓을 하며 산다 했다.

     

또 다른 친구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삼촌이 하는 술집 '웨이터'로 갔다

첫 여자를 만다는 도 태백이었고


내가 아는 커피집 여자가 분홍 신혼을 보내다

강릉 바다가 보고 싶어 굽이치는 산길 따라 하염없이 갔다는 곳

어느 순간 처녀가 된 조카가 신이 내려 산기도를 하며 산다는 곳도

바다가 보고 싶어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목호로 갈 때

잠들다 깨면 흰 눈이 펄펄 내리던 곳

한강을 낙동강을 물고기처럼 거슬러 오르면 끝내 만나는 곳이지만

머물러 본 적은 없다.


기억할 것이 많으면 머물 수 없다.

간혹 아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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