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
이별한 직후에는 가슴이 아프다.
오랜 기간 동안 만나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였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이 나의 일부가 된다.
그 일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니 당장은 가슴 한 켠이 텅 빈 느낌이 든다.
내 몸의 일부가 사라졌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우리의 생채기가 그렇듯 마음도, 텅 비어버린 마음도 조금씩 조금씩 채워지게 된다.
일부는 친구들로 채워지고 또 다른 일부는 가족들로 채워진다.
일로도 채워지기도 하고 취미생활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텅 빈 마음이 채워지다 보면 어느 정도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가끔 웃을 수도 있게 된다.
그때에 다시 나를 돌아볼 용기가 생기고, 사랑을 정리할 자신감이 생긴다.
이별한 직후에 지난 사랑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 다양한 감정으로 인해 제대로 돌아볼 수 없다.
나를 버린 사람에게 화도 나고, 내가 끝낸 사랑이라도 아름다웠던 추억을 돌아보면 그리움이 든다.
나를 책망하게도 되고, 상대방을 미워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시간이 지나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웃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돌아보면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추억에 대한 따뜻한 미소만 남게 된다.
한 때의 내가 가진 어떤 것보다도 소중했던 사람이었기에
함께 만들었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다.
내가 지독히도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앞으로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작은 미소와 함께 내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든다.
그리고 내 생애에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 시간을 함께 해준 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보내게 된다.
그런 마음이 들 때에야 내 사랑은 끝이 난다.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 생각이 괴롭거나 마음이 불편하거나 보고 싶은 것이 아닌
살며시 미소가 지어질 때에 내 사랑은 완전히 끝이난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 마음속에는 새로운 사랑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그렇게 사랑이 끝난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웠던 사랑은 이별도 아름답다.
후회 없는 사랑만이 나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이 되고, 아름다운 이별을 전해주나니
다음에도 나는 후회 없이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