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는 '해수유통'이라는 용어가 여러 번 나온다. 강물의 흐름을 인간이 조정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다를 막아 담수로 만든다고? 결국 막힌 쪽의 바다는 생명을 잃는다. 죽고 썩어버린 바다의 색깔과 바닥에서 끌어올린 악취 가득한 검은 물질은 공포심마저 일었다. 바다 사이를 가로막은 보를 열고 해수유통을 시작하고 나서 천천히 되살아나는 갯벌. 자연스럽게 살면 일어나지 않을 불행을 자초하는 인간을 자연은 언제까지 인내하며 받아줄까. 자동차에 표시된 온도가 38도였던 날. 공포감과 함께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표준국어대사전에 표기된' 자연(自然)'의 의미다. '자연스럽다'는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는 뜻이다. 자연에 사람의 힘을 더하는 건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 이 시대는 자연스럽게 사는 일이 제일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자연스레 하루 두 번 들어오는 바닷물을 기다리다 막힌 물길에 입을 벌린 채 죽은 조개가 화면을 가득 채우던 장면도, 죽은 새의 날갯죽지와 머리를 조심스레 오래 쓰다듬는 손을 클로즈업한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