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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Aug 02. 2023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을 읽으며 나의 시선 점검하기

다큐멘터리 <수라> 리뷰 7

글이든 영화든 화자 혹은 시점에 따라 공감의 진폭이 달라진다. 수라를 본 후 제목에 뜨끔해 사놓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을 읽기 시작했다. 이길보라 작가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수화 언어와 음성 언어를 둘 다 습득하며 자란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천착하며 영화를 찍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수라>를보고 난 후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고통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순간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74)는 구절에서 <수라>가 안고 있는 고통을 다각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고통과 서사도, 고유한 이름을 가진 갯벌 한 곳의 이야기도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질 중요한 일이라는 걸 절감했다.


처음엔 관찰자로 다가갔지만 자신 또한 그곳에 터를 잡고 아이를 키우는 당사자임을 인식하며 달라지는 감독의 행보는 영화를 보는 나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수라>는 감독이 1인칭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지만 절제된 감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취재하던 류기화 어민의 죽음과 마음 깊이 따르던 선배 이강길 감독의 죽음으로 다큐멘터리를 포기하는 내용의 내레이션조차 지극히 담담하다.

후반부 딱 한 번 울먹이는 소리를 들었다. 사라지는 갯벌 앞에서, 아들을 비롯한 다음 세대들이 더없이 아름다웠던 갯벌의 모습을 본 적도 없고 앞으로 영영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며 "잠깐만..." 하며 말을 멈추는 장면. 안타까움과 슬픔이 담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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