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황하는 콧날 Aug 26.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12,13

추락.

<이것은 2016년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기록입니다.>


딩보체에서 하루를 더 머무른 관계로 네팔에서 12일 13일 차의 이야기를 한편에서 소개하겠다. 하산 중 고산병으로 찍은 사진이 없어 이보다 더 앞선 시점의 사진들로 대체한다.


다행히 아침에 영원히 못 일어나지는 않았다. 역시 눈을 떠서 침대에서 일어나니 두통이 심했다. 식당에 나가 앉아있으니 진감독님이 아픈 얼굴로 나오셨다. 우리는 아침을 먹으며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진감독님의 어깨 쇄골 쪽 통증이 심했다. 

그런데 앞선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네팔에서 히말라야에서 다치면 공공재로서 네팔의 소방구조 시스템을 이용할 수없다. 결국 사설 구조헬기를 이용해야 되는데 약 4000 달러 정도의 금액이 든다. 우리나라 돈으로 500만 원 정도 되는 돈이다. 산에서 술 먹고 내려가기 힘들다고 119 소방헬기를 부르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일단 진감독님의 가입한 한국 보험사에 연락해보기로 했다. 


롯지에 유료 와이파이 칩을 구매하고 스카이프를 이용해 한국에 보험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예상은 했지만 병원비는 보험처리가 될 수 있으나 병원까지 이동하는 이동수단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다. 할 수없이 우리는 딩보체에서 하루 밤을 더보내고 다음날 조심히 하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를 불편하게 쉬었다. 그런 큰일을 당하다 보니 올라가는 산행 내내 벅찬 가슴으로 팽창했던 나는 심하게 쪼그라들었다. 도움 안 되는 생각만 계속하게 되었다.

하루를 그렇게 쉬는 도중 기억에 남는 일은 2명의 여성 유럽인과 이야기하고 같이 식사를 한 것이다. 참 한편으로는 유럽 친구들은 대단한 것 같다. 이 첩첩산중에 길게 잡아 2주일이 소요되는 여정을 이렇게 여성 두 분이서 오다니 말이다.  물론 가이드가 있긴 하였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친구들에게 진감독님이 가지고 오신 갓김치를 맛보라고 권했다. 유럽 친구들이 김치 신기한지 생각보다 잘 먹었다. 나는 그 친구들에게 고산병에 괜찮은 아스피린 한 알을 얻어먹었다.


그렇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걷지 않았던 히말라야에서 유일한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는 다음날 일찍 다른 날 들과 마찬가지로 준비를 하고 다시 하산하는 길을 나섰다. 진감독님은 계속 어깨와 쇄골의 통증이 심하신 듯했다. 

하산 중에 하루를 쉬었음에도 나는 역시나 걸음걸이가 느렸다. 또 걷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고산병 때문에 잘 못 걷는 걷도 있었지만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았다. 몸이 너무 무겁고 산 자체게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올라갈 때 기세 등등한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올라갈 때 진감독님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이 정도는 괜찮다며 당당하게 말했던 그 모습은 온대 간데없었다. 그렇다 나는 히말라야에 얼었고, 쫄아 있었다. 마치 히말라야가 나에게 이렇게 혼내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봐라 올라갈 때 까불 때부터 알아봤어, 그러게 왜 자만해! 왜 나대!! 그러니까 내가 심술이 낫잖아. 그래도 불쌍하게 여겨서 목숨까지 뺏진 않았어 정신 차리고 까불지 말고 내려가!! 내가 그렇게 만만한지 알았니"


내가 느낀 대자연은 진짜 무서웠다. 마치 심심하면 너희 목숨 따위는 내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산이 말하는 것 같았다. 산이 자연이 심술을 부리면 나약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올라갈 때 느꼈던 것처럼 나는 우주의 원자처럼 작은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산 내 내도 계속 폐 쪽이 이상했다. 이제 심장이 두근거려 머리가 아픈 것은 많이 완화되었는데 걸으면서 숨을 빨리 쉬자 기침이 났다. 그리고 기침은 하면서 나는 노란물을 토해 냈다. 폐수종이었다. 고산병이 심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고산에서 산소가 부족해짐에 따라 폐에 수분이 몰려 물이 차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진감독님께서 또 말을 타라고 권하셨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말에게 힘을 빌렸다. 진감독님은 어깨가 다친 상황이라 고삐를 잡지 못하니 말을 탈 수가 없었다. 남체(3440m)까지 말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또 카르마 씨는 옆에서 나를 챙겨주고 길을 아는 진감독님은 먼저 길을 나섰다. 


아프신대도 자신의 포터를 나에게 붙여준 진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고맙습니다.!! 


내려가는 중간에 5편에서 여행 팁에서 소개한 러시아 커플과 나이 든 포터를 만났다. 5편 참조

https://brunch.co.kr/@bluelagoon/9 


술이 거나하게 취한 포터는 나무 밑에서 말과 함께 쉬고 있는 나에게 목적지를 물으며 시비를 걸었다. 일단 술에 취한 그의 눈빛이 무서웠다. 살인도 저지를 것 같은 눈빛이었다. 앞서 썼듯이 그들을 러시아 아줌마 말 태워주는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에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정말 누구와 동행하는 냐도 중요하다. 혹시 제 글을 보고 네팔 히말라야나 다른 산 트레킹을 준비하시는 분 들이 있다면 운이 중요하겠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포터와 동행하길 바란다.



오늘도 마부가 약속한 남체 롯지까지 데려다주었다. 이틀 전 과는 다르게 진감독님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래도 2000m 정도 내려오니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약사 선생님의 포터를 만났다. 중간에 헤어져서 걱정이 되었는데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내일 루크라에서 다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렇게 네팔에서 13일 째날도 진감독님과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다음날 루크라에 도착해서 쉬고 또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로 떠나면 여정이 끝이 난다. 그렇지만 이날도 내일 두통이 걱정되어 앉아서 잠을 청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1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