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와 에티카

by 김준식

스피노자 에티카 이야기를 해 보기로 ...


에티카 이야기 1


1.

태양계 행성 중 두 번째로 큰 토성은 아름다운 고리로 유명하다. 이 고리를 발견한 사람은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인데 그는 토성 전체를 둘러싸는 고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토성 주변 일부에서 빛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 후 40년쯤 뒤 네덜란드의 하위헌즈(Christiaan Huygens)에 의해 토성 주변을 원반처럼 둘러싸는 고리가 있다고 분명하게 발표했다. 이 하위헌즈는 네덜란드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그리고 뛰어난 엔지니어 그리고 천문학자였다. 그의 형인 콘스탄틴(Constantijn Huygens Jr.) 역시 뛰어난 과학자였다.


2.

자신의 공동체에서 쫓겨난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생계수단으로 당시 과학의 발전에 따른 천체망원경의 렌즈를 갈아 만드는 일을 했다. 전문성이 있다고 소문이 난 스피노자는 앞서 이야기한 하위헌즈에게 토성의 고리를 확인하게 되는 그 정밀한(당시로서는 최상급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망원경의 렌즈를 의뢰받게 된다. 스피노자의 사정을 알게 된 하위헌즈는 스피노자에게 금전적 시혜를 베풀었으나 스피노자는 너무 청렴하여 하위헌즈가 베풀어준 금전을 거의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전해진다. 다만 스피노자는 담배를 즐겼는데 그나마 없는 돈을 담배 사는 데 투자했다고 전해진다. 이미 렌즈 갈이로 발생한 미세한 유리가루를 다량 흡입한 스피노자의 폐는 흡연으로 폐렴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스피노자는 44살로 일생을 마감한다.


3.

그렇게 일찍 생을 마감한 스피노자가 필생의 역작으로 쓴 에티카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 마다 정의, 공리, 정리를 통해 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제2장 “정신의 본성과 기원에 대하여(On the Origin and Nature of the Mind.)” 중 정리(Proposition) 제48(PROP. XLVIII.)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In the mind there is no absolute or free will ; but the mind is determined to wish this or that by a cause, which has also been determined by another cause, and this last by a nother cause, and so on to infinity."


"정신 안에는 절대적이거나 자유로운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은 이것 또는 저것을 의지하도록 어떤 원인에 의하여 결정되며, 이 원인 역시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결정되고, 이것은 다시금 다른 원인에 의하여 결정되며, 이렇게 무한히 진행된다."


4.

스피노자는 정신(Mind)에 대해 순환적 발생의 입장을 견지하는데 이것은 불교의 '연기'와 일맥상통하고 『장자』'각의刻意'편에 '일지정통一之精通'(一體가 된 정신과 만물이 서로 통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란 모든 현상은 무수한 원인(因:hetu)과 조건(緣:pratyaya)이 상호 관계하여 성립되므로, 독립적인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조건 또는 원인에 의해 과(果:phala)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일체현상의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연기라고 한다. 그 간단한 형태는 “이것이 있으면 그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그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도 멸한다”는 등으로 표현된다. 스피노자의 표현과 비슷하다.


『장자』의 '일지정통'은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순수純粹하고 소박素朴한 道라야 精神을 유지할 수 있으니, 이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정신과 도가 하나가 될 수 있으니, 그렇게 하나가 되어야만 만물(자연의 질서)과 합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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