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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16. 2018

교육감 선거, 다시 '혁신'을 꿈꾸며.

음력 설날, 다가 올 지방선거를 떠올리며 나와 밀접한 교육감 선거를 고민해 봄.


아마 2009년쯤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교육부 장관이 된 김상곤 씨가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이야기한 공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혁신’이었다. 그 뒤 많은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각 도의 교육감으로 선출되면서 ‘혁신’이라는 말을 화두로 하여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였다. 현재 내가 교사로 있는 경상남도교육청에는 ‘학교혁신과’라는 업무 과가 있어 매우 ‘혁신’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외견상으로는 혁신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내부자로서 볼 때, 업무의 방향과 집행은 혁신이라는 말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면 과연 혁신(革新)이란 무슨 말인가? 먼저 한자의 革은 짐승의 가죽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단순히 짐승의 가죽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전체적인 의미가 맞지 않는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혁’은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뽑은 상태를 의미한다. 즉 살아있는 짐승을 죽여서 그 가죽에 붙은 털을 모조리 뽑아낸 것을 의미하는 글자가 바로 ‘혁’이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인다는 것은 기존의 것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이며 동시에 같은 형태라 할지라도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살아있는 짐승을 죽여 얻는 가죽과 이미 죽어있는 짐승으로부터 얻는 가죽은 그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혁’은 철저한 變化를 의미하며 기존의 것으로부터 완전히 결별한 상황을 표시하는 글자이다.


혁신의 新도 만만치 않다. 설 立(립)+나무木(목)+ 날 斤(근)으로 형성된 이 글자를 풀이하면 서 있는 나무를 날로 베는 상황을 말한다. 날 선 도끼로 찍어내는 상황을 글자로 나타낸 말이라고 연역해 볼 수 있다. 이 단어 역시 기존의 것을 죽여야 한다. 밑 둥을 날 선 도끼로 찍어 내고 새로운 판을 형성하는 상황이 바로 新(신)이다. 그 혁과 신이 만나 혁신이 되었으니 이 말을 사용하면서 기존의 것이 스며 있다면 그것은 이미 혁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니 혁신일 수 없다. 그저 변화 정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변화에도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변화의 化(화)도 역시 죽음을 의미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변화라는 말은 이미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태를 가정하고 있다.


혁신은 영어 Innovation으로 번역된다. 동사 Innovate는 라틴어 Innovatus에서 기원한다. Innovatus는 ‘to change from into~’로 해석되는데 번역하자면 ‘안으로부터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변화의 대상은 내부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한자의 그것처럼 내부의 본질적인 요소를 파기하여야만 새로운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동 서양의 혁신에 대한 의미는 참으로 유사하다. 


새 교육감 선거가 120일 앞으로 다가오니 후보들이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각자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펼쳐 놓는다. 이미 그 자리에 있는 현 교육감은 지나온 자신의 4년의 성과를 애써 포장하고, 새로운 후보들은 지금의 정책이나 방향보다는 혁신적인 교육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자신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기존의 교육감이나 새로운 후보들 중 일부는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미진한 부분들이 많다.


우리는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였고,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여 지금의 정부는 지난 세월 적폐(積弊)를 청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적폐 세력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거의 목숨을 건 저항을 하고 있다. 그러한 정치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적폐는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는 적폐를 너무나 확연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뽑는 것은 지방 선거의 다른 직위의 공무원 선출과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그 이유는 대체로 이러하다. 교육감은 현재 공교육 기관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다. 왜냐하면 교육감은 당해 도내의 각 교육기관에 필요한 예산을 입안하고 집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경상남도 교육청 예산은 4조 9천7백69억이다. 이 엄청난 돈이 매우 적절하게 그리고 타당하게 교육에 분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모든 경남도민의 바람일 것이다. 


물론 이 돈 중에는 경상남도 의회의 감독과 감시가 따르고 내부적으로도 감사라는 장치가 있으며 각 학교 및 직속기관에 분배된 예산은 당해 기관의 구성원들에 의해 조정되고 재분배되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군수나 시장이 그리고 도지사가 그리고 도의회 의원이 근본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교육감의 교육적 의지와 방향에 따라 이 예산의 집행은 각 교육 현장에서 엄청난 교육적 차이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혁신적인 교육감을 뽑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즉, 그 돈이 아이들이 성장하고 꿈꿀 수 있는 방향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환경의 조성에 투여되어야 하고, 그러한 예산 투입의 과정이 교육주체에게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우리보다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교의 교육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러한 것을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여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는 한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 시민의 필수 조건은 매우 적극적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소비하려는 노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후보들이 내놓을 정책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곧 후보들은 공약집을 공개할 것이고 그 공약집은 자신이 선출되었을 때 시행할 교육 정책의 청사진이다. 엄청난 교육이념으로 포장하였지만 현실과는 다분히 괴리된 주장으로 주권자들을 현혹하는 공약은 이제 너무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정말 우리가 목말라하고 있는 교육적 문제에 대해 후보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후보자의 생각이 우리 아이들의 삶과 더불어 부모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 중심에 혁신이라는 분명한 좌표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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