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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24. 2019

학교와 교장, 고민......

요즘 여러가지 문제로 부쩍 학교의 구조적 문제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초, 중등학교 교장의 위상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과연 지금의 교장제도는 교육이라는 대 전제와 어울리는 제도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다.


1.     학교에서 교장의 위치, 그리고…… 


초, 중등 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는 규정을 보자. 통할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띈다. 통할이란 모두 거느려 다스린다는 뜻이다. 거느린다는 말은 부양해야 할 손아랫사람을 데리고 있다. 혹은 부하나 군대 따위를 통솔하여 이끌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분명 21세기 미래지향적 교육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먼저 ‘데리고 있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자이거나 거의 할 수 없는 능력이 미약한 자를 보살피는 수준의 행위를 뜻한다. 또 ‘통솔하여 이끌다’라는 뜻은 戰場이나 혼란의 상황에서 외부의 위력으로부터 자신의 무리를 방어하기 위해 그리고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적절한 권력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한 말이다.


이것이 교육이라는 것과 어울리는 말인가? 이 말로만 해석해보면 현재(법적으로) 교장의 위상은 전장에서 지휘관이나 혹은 어리석은 무리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모습이다. 교사 전체를 어리석은 자들로 보거나 학교를 전투행위가 있는 곳으로 보는 말로써 21세기 현재 교육의 장에 쓰일 수 있는 말이 아니라 ‘군사적’인 상황과 ‘깡패’들의 두목들에게 보장된 권력과 권위를 법률적 용어로 가다듬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법은 지난 1949년 12월 31일 제정·공포된 이래(제국주의 일본의 법을 그대로 모방) 무려 38회의 재, 개정을 거쳤으나 학교 분위기와 상황을 개선할 가장 핵심적인 이 조항(20조)을 손 본 것은 단 1회에 [2012년 (법률 제11219호, 2012.1.26.) 일부 개정] 그쳤고 그것도 전체적인 내용을 수정했다기보다는 권한의 법령 위임 개정으로서 본래 교장이 가지는 군사적이며 패권적 권위는 법률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     답습, 그리고 내부의 적


교장의 권위와 권력은 천신만고 끝에 승진하여 몇 년 남지 않은 교직 생활을 자신의 뜻대로 학교를 운영해 보려는 교장들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무기다. 이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그들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답습은 말 그대로 따라가는 것인데 작년을 기준으로 올해를 설계하는 어리석은 방식이지만 고백하건대 글을 쓰는 나 자신의 교직 생활 서른몇 해도 거의 답습으로 지내왔다. 그러니 교육이 바뀔 리 없고, 날로 나빠지고 힘들어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사 내부에도 있다. 교육을 장악하려는 권력(국가 권력이든 또는 그 무엇이든)들은 학교 조직 내부에 ‘승진’이라는 교묘한 부비 트랩(잘못 건드리면 터지는 위장 폭탄)을 설치해 두었는데, 이것을 피해서 정년을 마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 인계 철선(부비 트랩이 폭발하도록 하는 가늘고 잘 보이지 않는 철선)을 설치해 두어 교사들을 조종하고 위협한다. 이러한 상황의 결과는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교사들의 정상적인 사고를 위축시키는데, 그 위축의 정도가 지나치면 피해의식에 사로 잡히게 하고 심지어 패배의식에 빠지게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의 민주적 운영은 애당초 불가능하거나 설사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민주’라는 이름만을 차용한 어용이 되고 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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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조


지금의 학교 구조는 교장, 교감이 정점에 위치하고 각 업무에 담당하는 교사들이 하부를 이루고 있는 피라미드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 교장과 교감은 당연히 지배적인 위치에 있게 되고, 하부의 교사들은 교장 교감의 의도에 따라 조직되거나 운영된다. 따라서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은 구조적으로 상부에 전달되는 내용이 제한되거나 혹은 차단되기 쉽다. 간혹 일부가 수용되더라도 그 의견은 사실은 교장과 교감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워서 애당초 교사가 생각한 의견과는 많이 달라지고 만다.  (계속)


러시아 이동 전람파 Alexander Andreyevich Ivanov의 The Appearance of Christ Before the People (1837–57)이바노프의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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