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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02. 2018

Gymnopedie No.1

Eric Satie - Gymnopedie No.1 (사티 - 짐노페디 1번) 


前衛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번역한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군사용어로, 전쟁에서 본대에 앞서 적진의 선두에 나가 적의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하는 척후병을 뜻한다. 아방가르드라는 용어가 예술에 전용(轉用)되면서 그 의미는 살짝 달라졌다. 하여 예술에서 아방가르드란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예술을 탐색하고 이제까지의 예술 개념을 일변시킬 수 있는 혁명적인 예술경향을 가리킨다.


중세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 불행인지 혹은 다행인지 몰라도 예술은 종교적 관점에서 성립되고 또 발전하였다. 하지만 근세 이후 종교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예술은 자연스럽게 부르주아의 전유물이 되었고, 부르주아 그들은, 그들답게 장식적이고 충실한 현상의 재현과 묘사적인 테크닉을 척도로 예술의 가치를 평가했다. 여기에 많은 예술가들이 동조하였고 근세의 모든 예술 사조들이 이 길을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얼마 유지되지 못하였다. 즉, 사진이 등장하면서 회화는 길을 잃었고,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음악도 거대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틀을 부정하고 그러한 기준이 지배해온 숨 막히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바로 아방가르드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를테면 테크닉으로부터 탈출하고 현상의 재현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사진에게 축음기에게 내어 준 예술의 영역을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위대한 이탈리아의 시인 필리포 톰마소 마리네티가 제창한 미래파 운동과 스위스의 다다이즘 등은 예술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대적 척후병으로서 기존의 틀에 박힌 합리적 이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런 분위기에 충분히 고무되었던 프랑스의 유명한 아방가르드 음악가 에릭 사티는 시대를 앞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열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 활동한 후기 낭만주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나 구스타프 말러, 그의 동료였던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 음악과는 너무나 다른 음악을 만들었던 사티는 오히려 대중을 위해 예술적 영감을 불태웠으나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아이러니의 희생자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앞선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짐노페디”는 원래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의 축제의 이름이다. 1888년에 작곡되었으며 사티가 자주 가던 몽마르트르의 카바레에서 연주했던 곡으로서 사티는 자기의 동료인 시인 라뚜르의 시『오래된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


12월 2일 일요일 오후, 거실 바닥에 길게 들어온 햇살을 보며 ‘오래된 미래’의 느낌으로 짐노페디를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fdoUOXUb9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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