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의 네번째 밤

DAY4. Nine streets, 운하 크루즈 야경 감상

by Elena

2017년 4월 16일 일요일.

날 수로는 다섯번 째 밤이지만 첫 날은 한 게 없으니 네번째라고 하겠다. 영국에 처음 유학을 갔을 때, 생각보다 잦지 않은 비에 많이 놀랐었는데, 네덜란드는 생각보다 비가 자주 조금씩 내려서 이따금씩 여행객들을 당황시킨다. 오늘 묵은 숙소는 내가 머물 여섯개의 숙소 중 가장 좋은 싱글 룸. 그래서 평소에도 부지런을 떨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욱 게으르게 아침을 맞았다. 아침식사 역시 훌륭했다. 아, 여기서 훌륭했다고 하는 것이 지난 삼일 간의 숙소에 견주어 봤을 때, 월등하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한시간 가량을 아침을 천천히 즐겼다.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다이닝 룸 가장 맨 앞, 밖이 가장 잘 보이는 모서리 창가에 앉았다. 아침을 게으르게 먹는 나와 이른 아침부터 바지런히 백팩을 둘러메고 움직이는 그들은 참 대비되는 그림이다. 크게 쌓은 빵을 한 조각 베어 물기 무섭게, 바삐 어디론가 향하는 관광객들을 마주칠 때면 표정은 애써 담담한 척 하지만, 괜시리 민망해지는건 왜일까.



여행의 후반부로 갈 수록 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마치 '암스테르담 동네 백수'처럼 어제 갔던 곳, 방금 지나갔던 거리들을 한 번, 두 번, 또 한 번 지나치니 길 헤매기 딱 좋은 이 도시의 다녔던 지역만큼은 어느정도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 예약한 운하 크루즈 야경 투어만 제외하면 오전에는 할 것이 많이 없기 때문에 산책삼아 어제 갔던 Nine streets 구역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Easter 기간에, 일요일이고, 거기다가 점심시간이 아직 안된 오전이니 상점들이 문을 열었을리 없다. 닫힌 상점들의 쇼윈도우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직원의 눈치 없이 마음껏 구경하고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귀여운 토끼가 차를 마시던 샵. 종종 생각난다.


꾸물거리는 흐린 구름.


다음 숙소는 배를 침실로 개조한 호스텔로, 암스테르담 중앙역 바다로 이어지는 강에 위치해 있었다. 마치 해적선장 아빠를 따라 나서는 어린 삐삐롱 스타킹이 된 것처럼 마냥 신나기도 했지만, 운하 투어가 끝나고 저녁이 되면 조금 어둑해질 주변 풍경을 상상해보니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강 색과 같은 하늘 색



배의 객실



방에서 본 야경


하루 중 밤 풍경을 가장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가면 기대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원, 다른 하나는 야경이다. 사람에게도 많은 다양한 모습이 있듯이 도시도 깊이 자주 볼수록 처음 발견했던 모습과는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까만 밤 하늘 아래 반짝이는 가로등과 건물들. 그 사이에 놓인 다리와 운하는 오리가 천천히 헤엄치던 오전의 나른한 풍경과는 달리 저녁이 되면 깊이를 알 수없는 검은 빛의 도시로 변신한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도시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밤이 되니 어두워진 선실 안


네덜란드는 중앙 역이 있는 중심 번화가 지역은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지만, 운하가 계획되지 않은 도시 서쪽 구역을 가면 건물은 빽빽히 들어서있지만, 거리에 사람도 없고, 인기척도 느낄 수 없어 도시가 텅 빈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저녁에 크루즈를 타면서 건물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아 사람이 살긴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이유 모를 안도감도 들었다.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하면 긴 건물 형태에 따른 길쭉한 방의 구조와 그 아래 천장에 매달린 길쭉한 샹들리에와 얼핏 보기에도 커보이는 스탠드 램프가 방마다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불이 켜져있음에도 여전히 사람의 실루엣이나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아 도시는 더욱 미스테리한 느낌을 풍겼다.

건물 안 높은 천장과 호화스러운 큰 크기의 조명들이 눈에 띈다


암스테르담의 밤은 아직도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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