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운하 박물관, Nine streets
2017년 4월 15일 토요일.
오늘은 암스테르담 주민인양 정말 한가로이 보냈다. 먼저 이른 아침인 7시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숙소를 옮기고 박물관 한 곳을 가볍게 들린 후, 방금까지 호텔에서 뒹굴거렸다. 그러다가 여행자로서의 양심의 가책이 조금 느껴지는 탓에 도시 햇빛이라도 쐬자 하는 마음으로 한 쪽 어깨에 지갑과 노트북을 넣은 캔버스 백 하나를 무심히 어깨에 걸친 후 나와 호텔 근처 카페에 앉아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각 오후 5시도 여기에선 아직 환한 낮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나는 벌써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며 카페에 들어앉아 일기 아닌 일기를 쓰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었다면, 여행지에서의 한정된시간을 누구보다 열심히 보냈겠지. 그들을 따라, 혹은 그들을 이끌며 이곳저곳 다녀야 할테지만, 혼자 여행을 온 것도 단지 이런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였다. 이것이 나의 여행스타일이고 내가 원했던 여행. 비록 일주일이지만, 그럼에도 암스테르담에 언제나 있을 것처럼 서두르지 않아보도록 한다. 어떤 날은 아주 바쁘고, 또 어떤 날은 아주 한가로운 그런 '시민'처럼.
오전 11시. 운하 박물관을 도착지로 하고 구글맵을 확인하며 호텔에 짐을 두고 나와 저벅저벅 걸었다. 거의 다달았을 때까지도 거리에 인적이 너무 없던 탓에 구글맵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평범하고도 고요요한 건물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잠시 기념품 샵을 둘러 보고 있으라는 안내와 함께 오디오 가이드를 건넸다.
박물관의 전시실은 Ground floor인 0층과 윗층 1층이 전부 였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꽤 큰 규모라고 생각할 테지만, 흔한 네덜란드 건물의 길고 좁은 모양을 떠올린다면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터. (하지만,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약 1시간이 흘러있었다.)
운하 박물관 0층은 건물 건축가와 집 주인이었던 부유한 은행원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 애니메이션과 사진을 통해 전시하고 있었다. 미디어와 목업 모델, 그림자와 홀로그램을 이용한 흔히 보지 못했던 방식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집 모형과 층, 방 마다 홀로그램을 설치하여 방의 용도를 알게하고, 집 건축물 스티커를 벽에 띠처럼 일자로 둘러 렌즈를 통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였다. 홀로그램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작업 모습도 있었다.
특히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암스테르담 도시 계획 회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한 8분 가량의 홀로그램 및 대화 형식의 설명이었다. 회의실처럼 꾸며진 전시실 가운데 있는 책상 위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17세기 당시 암스테르담이 현재의 '운하의 도시'가 된 배경에 관한 내용이었다. 청각, 시각적으로 설명되어지는 재미있는 동화구연 같은 설명에 혼자 남아 한번 더 듣기도 했다.
전시를 보고 나니 시간이 남아 정처없이 거리를 배회했다. 사실 계속되는 운하와 비슷한 건축물에 길을 잃기도 하고, 계속보니 조금 지루하기도 한 건 슬프게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길을 헤매서 처음 그 거리를 지날 때, 목적지를 가기 위해 조금 빠르게 지나칠 때, 그 다음번에 조금 여유롭게 같은 거리를 지날 때 보게 되는 것들이 모두 달랐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개방적인 도시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외의 곳에서 거칠고 때로는 너무나 순수한 매력을 뿜어내는 이 도시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