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반고흐 뮤지엄
2017년 4월 14일 금요일.
암스테르담에서 맞는 두번째 저녁. 셋째 날이 되었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간단히 말하면 숙소를 옮기고 반 고흐 뮤지엄 전시를 본 게 전부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나 여유로운 일정인 듯 보이지만, 전시 입장표 구매 대기줄에서의 두 시간부터 네 시간이 넘는 관람을 마치기 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뮤지엄을 앞에 두고 찬 바람이 부는 대기 줄에 서서 내 차례가 되기 직전까지 두 시간 동안 든 생각은 오직 하나. '집에 가서 따뜻한 이불 속에 눕고 싶다'였지만, 우물쭈물 망설이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 였다. 춥고 외로운 바람 추위와의 사투 끝에 얻어낸 한 장의 입장권을 자랑스럽게 들고서 입장을 하니 정말 안타깝게도 전시를 보기 전에 이미 몸과 정신이 지쳐있었다. 뮤지엄 내의 비싸지만 따뜻하고 맛있었던 커피와 머핀을 5분도 안되서 해치운뒤 다시 기운을 내서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반 고흐 뮤지엄은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물론 세기의 천재, 반 고흐의 엄청난 노력이 돋보이는 수 백점의 멋진 작품들도 물론 좋았지만, 그 전에 뮤지엄 큐레이팅 서비스 측면에서부터 감동은 시작되었다.
일단 첫 번째로 반 고흐 뮤지엄의 디지털 도슨트는 내가 본 기기 중에 가장 무거웠지만, 가장 효율적이었으며, 가장 쉬운 작동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뮤지엄은 크게 본관과 상설전시관, 두 개로 나뉜다. 특히 본관 관람에서는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자유 관람과 큐레이터가 특별히 선정한 하이라이트 투어로 나뉘어 진다. 총 4층으로 이루어지는 전시는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투어는 매우 효율적인 전시관람을 돕는다.
두 번째로 이해하기 쉬운 브로슈어의 도식화된 층별 맵이었다. 한 눈에 알아보기 쉬웠던 건물과 층별 안내도는가히 감동적인 수준이었다. 이걸 보면서 효율적이고, 경게적이며, 심미성까지 갖춘 반고흐 브로슈어가 바로 좋은 디자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세 번째는 상설전시관에서 열렸던 포스터 전시를 관람할 때였는데, 전시 방식이 작품 못지 않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탓에 오히려 그쪽에 눈길이 간 적도 있었다. 심플하지만 높낮이가 다른 아름다운 조명과 어두운 톤의 블루이쉬 월 칼라는 은은하면서 강한 느낌을 풍겼다. 프랑스 길거리에서 연극, 영화, 공연, 제품 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포스터의 용도와 당시 상황을 고려한 벽면의 가판대 그림에 걸맞는 포스터 배치또한 위트있었다.
밖에서 오들오들 떨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