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따뜻한 풍경

리스본 사진집과 랩슬리

by Elena
이따금씩 너무나 갑작스럽게 깊숙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난생 처음 느끼는 커다란 동질감에 기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밖에 만날 수 없음에, 이 만남이 지속될 수 없음을 알기에 슬프다. 과연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리스본에 빠지는 순간

약 한달 전 북적이는 대학가를 걷다가 조용하고 오래된 동네로 들어선 적이 있다. 그 동네에는 골목이 이리저리 나있어서 지도를 보고도 길을 잃기 쉬웠다. 발이 이끄는 대로 무턱대고 걷다가 한 여행서점을 발견했다.


따스한 주말 오후 여행전문 책방


파란색의 대문이 인상적이었던 서점의 입구에는 햇살 한 줄기를 머금은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넓지 않은 공간 크기에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옆으로 옮기면서 책들을 들여다 보다가 연한 분홍색 표지의 사진집을 발견했다.



'Lisbon'. 사진에 대한 어떠한 제목이나 감상, 정보는 오로지 마지막 두 페이지가 전부였다. 뒷장에 어떤 사진이 있을까하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표지였다.


취향저격, 분홍색 표지의 사진집 'Lisbon'


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단순히 디자인이 내 취향이기도 했지만 흔히 유럽 관광지로 유명한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의 수도가 아닌 스페인 옆 포르투갈이라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수도에 관한 것이었기에. 사진집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본 후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이 미지의 국가의 도시가 내 안에 깊숙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그 특유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 있는 곳임에도 나와 그 장소 사이에 좁힐 수 없는 넓고 깊은 공간을 형성했다.


작가가 판매하는 포스터. 출처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FRAM.FRAME



포르투갈 여행을 바라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포르투갈 여행서적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갔었다. 수없이 많은 여행서적 중에 포르투갈에 대해 쓰여진 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럼에도 포르투갈에 다녀온 저자들은 해당 국가를 적어도 3번 이상 다녀올 정도로 그 매력에 빠져있었으며 책에는 그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포르투갈에서 가보고 싶은 지역이 있었고 담고 싶은 장면이 있었고 가지고 싶은 추억이 생겼다.


옐로우 트램. 출처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FRAM.FRAME


리스본 나자레. 출처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FRAM.FRAME


조용한 골목의 상점과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정감 가는 미소로 맞아주는 사람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천천히 흘렀다.
-작가의 후기 중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실제로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에 여행을 갔다.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 노후된 중세 유럽식 건물들 사이로 다니는 트램은 세월을 품고있어 그 자체로 낭만적이었고, 툭툭이라는 작은 차를 타고 도달한 도시 중심 언덕서 맛 본 오랜 전통의 에그타르트는 황홀했다.


필름카메라로 담은 리스본의 풍경


도시와 잘 어울렸던 툭툭과 리스본 전경



언덕 위에 올라 먹었던 에그 타르트



믿을 수 없이 독특한 18살의 목소리

포르투갈 여행을 하던 즈음 눈여겨 보던 영국 요크 출신 가수. 당시 Lapsely는 발매앨범도 오직 두 장뿐이고, 크게 이슈된 곡도 없는터라 국내에서 크게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 18살. 아직 어리지만 모든 곡에서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보이스는 아주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들을수록 그 색이 강렬해지고 뚜렷해진다. 그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했는지 그녀는 현재 아델,라디오 헤드 등이 속한 XL레코딩스라는 꽤 이름난 레이블의 소속뮤지션이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painter라는 곡과 station이라는 곡을 좋아하는데 사진집 리스본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station이라는 곡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공통 분모를 찾아보니 사진들과 그녀의 음악에서는 꽉 차있다는 느낌보다 공백이 느껴진다.


나에게 포르투갈 리스본은 노부부의 산책풍경이 그려지고 그 옆 강의 잔잔한 물결이 떠오르는 도시로 남아있다. 그 풍경과 Lapsely의 station은 그 느긋한 발걸음과 물의 흐름에 참 잘 어우러진다.


*Lapsely의 station은 여기에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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