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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스미미 Sep 16. 2023

나를 아는거야?

서막이 열리다. (feat.트위터)

 그때부터였다. 선우정아 이름만 들리면 오만 공연을 다 따라다녔던 것이. 수많은 클럽공연과 행사 등을 쫓아다니며 나는 점점 그녀에게, 그녀의 음악에 홀렸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탓에 공연 때마다 늘 맨 앞자리를 독점하는 호사도 누렸다.


 선우정아는 욕심이 많았다. 어제의 공연과 오늘의 공연이 다르고, 다음의 공연이 달랐다. 난 무.조.건. 그 편곡들을 다 들어야만 했다. 그것은 덕질의 기본이 아니던가. 그녀는 끊임없이 공연을 했고 나 역시 끊임없이 공연을 다녔다.


 한창 선우정아를 쫓아다니던 어느 해의 겨울, <앙상블, 선우정아>라는 타이틀의 공연 소식이 들려왔다. 매주 수요일마다 총 5주 동안 진행되는 공연이었다. ‘5주 내내 언니를 본다니. 이게 무슨 혜자공연이야!’ 싶어 공연소개 글을 읽어내려가는데, ‘역시 선우정아답다’ 라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같은 셋 리스트로, 하지만 매주 다른 악기 편성으로 구성됩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어떤 날은 색소폰 트럼본으로만, 어떤 날은 아코디언 오르간 으로만, 또 어떤 날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만 공연을 하겠다는 거다. 한 번 공연에 최소 10곡을 한다고 치면, 총 50개의 버전이 필요한 것이었다. 단순히 도입부를 조금 바꾸거나, 노래를 살짝 틀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와 진짜 이 사람 미쳤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친 사람이 맞았다. 같은 셋 리스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주 다른 느낌의, 다른 감각의 노래들이 탄생했다. 심지어 최소한의 음향을 사용해 가창하는 진짜 목소리가 맨 뒤 관객들까지 가 닿게 했다. 작은 규모로 인해 노래 부르는 이의 숨소리와 긴장된 기운마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선우정아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관객들 역시 그대로 받아냈다. 1주 차 공연에 ‘이게 가능하다고?’ 2주 차 공연에 ‘이게 진짜로 가능해?’ 마지막 5주 차에는 ‘와 가능하네. 결국 해내네.’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의 선우정아 덕질 인생 11년 차 중 여전히 최고의 공연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관람했던 수십번 수백번의 공연에도 불구하고 <앙상블 선우정아>는 최고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공연이 최고의 공연으로 남아 있는 이유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더 있다. 앙상블 선우정아 1주 차 공연을 마치고 선우정아가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첫 공연 채워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아 하얗게 불태웠어.. 온갖 퍼포먼스 하는 것보다 몇백 배의 에너지를 쏟는 기분입니다ㅎㅎ'


나는 용기 내어 답글을 남겼다.

@sunwooJeongA 보는 관객들도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엄청난 몰입도...! 이런 구성의 공연을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싶으면서도 그 아쉬움을 다음 공연 들의 기대감으로 채울게요. 오늘 역시나 언니는 짱짱걸이었습니다^^


답글은 언감생심이지. 그.런.데. 3일 뒤,

@6mi****** 맞아요 숨이차더라고요. 한 곡 마다ㅎㅎ 반가웠어요. 고맙습니다!!!


아... 덕질을 해본 사람은 안다. 나의 스타와 직접적인 소통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고맙대... 근데 반가웠다는 건 무슨 말이야? 나를 아는 거야? 나를 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그림으로 그린 내 얼굴이 프로필 사진이기는 했지만 설마 그 사진으로 나를 알아봤다고? 에이 그럴 리가 없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거 아니야?


놀라움 반, 의심 반으로 나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혼자 중얼 거렸다.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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