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크기가 곧 시장기회의 크기다
해석 필요성
시장은 결코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시장 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규모(사이즈)를 참고해야 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CAGR(복합 연평균 성장률)을 고려할 수 있고, 시장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시장 점유율을 확인한다. 따라서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시장을 해석하는 결과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투자자에게 시장 정보는 중요하다. 아이디어 타당성, 확장성 확인을 위해서 시장관련 자료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적인 자료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시장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특히, 비교할 대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의 경우 수치로만 설명하기가 어렵다. 앞서 말한대로 시장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고, 통계 수치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시장은 분석대상이 아닌 해석영역이다.
실리콘밸리 슈퍼 VC A16Z가 뛰어난 이유
투자업계에서 전설적인 투자수익율을 기록한 회사를 손꼽으라면 (Andreessen Horowitz, AH Capital Management, LLC 이하 a16z )를 꼽을 수 있다. 실리콘 밸리 전설적인 투자회사 중 하나인 a16z는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비츠가 2009년 공동 창업한 미국의 IT 벤처 투자 전문 회사다. 이 회사가 유명해진 이유는 타 벤처캐피털 대비 높은 천문학적인 투자수익율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이유는 대부분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성장시킨 후에 높은 기업가치에 매각하는 투자전략과 관련이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a16z에서 발굴한 스타트업 대부분 초기단계로 시장 관련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미비해서 판단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투자한 점이다. 2011년에는 트위터에 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금 유명해진 비상장 소셜 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 그루폰(Groupon), 트위터, 징가(Zynga)의 주식을 모두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기록됐다. 이 당시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태동하는 시점으로 성장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음에도 a16Z는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했다. a16z의 미래지향적인 투자방식이 알려지면서 a16z가 투자한다고 하면 해당 투자테마주가 인기가 상승하는 후광효과가 생겼다.
아직 아무런 역사적 근거가 없는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유망한 시장, 혁신적인 시장 크기는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뛰어난 인사이트 결과다. 각종 투자기법,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 등이 아니라 A16Zz의 설립자인 Mark Andressen과 Ben Horowitz의 선제적인 시장해석 덕분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법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했다. 현재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머릿속에 들어 있는 미래상이 현재를 만든다고 한다. 스타트업 투자가는 미래의 큰 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존재이다. 투자자라면 앞으로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확고한 관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역할도 해야한다.
그러러면 시장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시작이다. 당연하고 여겼던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면 투자자 생각의 크기는 확장되고 곧 시장 기회의 범위도 확장된다. 올바른 투자자로써 역할은 시장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다.
1. “시장 규모가 중요하다‘는 잘못된 믿음
시장은 고정적이고, 불변해서 통계 수치를 기준으로 한 분석이 옳다는 투자자 입장이다. 스타트업도 부동산과 주식처럼 데이터(수치)가 중요하다 믿는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구조에는 일부 적용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신규 산업, 특히 성장이 불투명해서 시장 영역자체가 유동적인 상황에는 적용이 불가하다.
스타트업 피치 덱에서 흔히 보는 시장 관련 내용이다. 스타트업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시장규모가 TAM-SAM-SOM이다. TAM-SAM-SOM 수치가 나오게 된 근거를 따지는 것은 자칫 불필요한 논쟁만 된다.
시장을 바라보는 가장 흔한 실수가 숫자로만 판단하는 점이다. 투자자라면 수치는 참고하되, 수치가 지닌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는 오히려 수치가 주는 의미를 집요하게 물어봐야 한다. 스타트업이 수치를 어떤 의미로 활용했는지, 공격적인 목표치인지, 보수적인 목표인지 질문을 통해서 숨은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 문제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라는 대안
이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될 사항이 있다. 바로 고객 문제의 크기 Problem Size다.
혁신적인 사업 내용일수록 통계자료가 없어서 시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수치에 의존하는 대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고객들이 모여 있는 공간인 시장에서 고객은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고객은 단순히 숫자나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는 데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시장의 규모보다는 고객이 직면한 문제의 크기를 중시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라는 해석하는 방식이다.
막연한 시장규모 대신 고객 문제의 크기를 물어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고객 문제크기를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창업팀의 관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종 통계, 언론기사, 보고서 등을 인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객은 통계만으로 설명하기 부족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다. 고객이 처한 상황, 문제로 발생하는 실제 피해 등을 언급하면서 문제의 크기를 말한다.
다음 편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해석과 분석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시장해석과 관련 이전 글도 참조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https://brunch.co.kr/@medus/17
https://brunch.co.kr/@medus/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