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국 영어 유치원이 답인가?

by 황금빛

나는 내 아이를 영어유치원(일명 영유)에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 그런데 막상 아이가 유치원에 갈 시기가 되니 마음이 흔들리네. 불과 14개월 전에 나는 이런 글을 썼었어.


내 아이만큼은 영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는 영어를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영어는 내 아이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수단일 뿐이다.
- 나의 바람-


대한민국의 엄마라면 누구나 영어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 시도해 봤을 것이다. 성공을 했든 실패를 했든. 아이 영어 교육을 위해 돈을 단돈 십원도 안 써본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영유아 영어 교육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1. 영어유치원

2. 엄마표영어

3. 잠깐 기웃거리다가 포기하거나 관심 없음


아이 영어 교육 정답이 있을까?


이 세상에 없는 게 세 가지 있다고 한다. 비밀, 공짜, 정답. 하지만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워낸 선배들,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찾아낸 해답은 있지 않을까?


나는 영어 유치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다. 엄마표영어를 추구한다. 그런데 내 아이와 또래 부모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내가 옳은 것인지 확신이 안 선다.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영어를 공부가 아닌 놀이로 영유아 발달에 맞게 운영하는 영어유치원이 있을 수 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아이를 키워낸 엄마표영어 선배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일 수도 있다. 실패담으로 강의를 하고 책을 쓰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지나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시간.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내 아이의 현재. 잘못된 신념으로 아이를 키우지 않기 위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한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아이를 올바른 길로 끌어주고 싶다.


일 년 만에 갈대처럼 흔들릴 거면서 어쩜 이리 확신에 찬 글을 썼는지... 우리 아이는 41개월이야. 엄마표영어가 효과는 있었는지 아웃풋이 나오기 시작했어. 어느 날 갑자기 거실에 있는 아빠에게 다가와 'What are you making?'이라고 묻는 거야. 신랑과 나는 두 눈이 동그래진 채로 5초간 얼음이 됐지. 그날 이후로 아이가 영어로 말하기를 자꾸 시도하더라고. I'm cake 같은 말도 안 되는 영어가 대부분이지만 말이야.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하더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지금이 물 들어올 때 같은데...


지금의 아웃풋은 어린이집을 옮기기 전 인풋이 이제야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직장어린이집을 다닌 이후론 영어 노출이 딱 끊겼으니까. 우리 아들은 샤이 보이라 영유에 가도 적응을 잘 못하고 실패케이스가 될 거라 생각했어. 아마 나는 내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서 영유를 못 보내는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안 보내는 거라고 믿고 싶었나 봐.


내 조카는 영유를 다녀. 내 아이보다 더 샤이보이야. 낯가림도 심해서 영유를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아이가 영유가 너무 재밌대. 계속 다니고 싶대. 둘째 조카는 우리 아들과 친구야. 우리 아들은 직장어린이집에 계속 다니기로 결정했고, 둘째 조카는 영유를 가기로 했대.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나의 욕심인 걸까? 아니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것이 나의 능력 부족인 걸까? 부모의 선택에 따라 다른 길을 걷게 된 이 아이들은 어떻게 크게 될까?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잖아. 그래서 너무 어렵다. 누군가 무조건 영유를 보내야지!!!라고 해준다면 영끌을 해서라도 보낼 텐데... 누군가 영유는 부모만족이야!!!라고 해준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할 텐데... 내 삶이면 내가 결정했으니 만족할 만한 선택이 아니었더라도 약간의 후회만 남기고 떨쳐버릴 수 있을 텐데... 내 아이의 삶이라 결정자체가 너무 어렵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5화직장어린이집 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