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돼.
- 드라마 <미생> 8화 중에서 -
유명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께서도 정신력과 체력은 같은 건전지를 사용한다고 하셨어. 육아는 체력전이야. 20대 때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운동했다면 지금은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해. 첫째 육아휴직하고 복직 후에 몸살을 달고 살았어. 일, 육아, 집안일을 병행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 거지. ‘엄마’라는 직업은 연차, 병가, 휴가, 조퇴, 퇴근이 없어. 몸살이 나도 육아는 쉴 수 없다는 말이야. 그럼 아이가 조금만 떼를 쓰고 힘들게 해도 참을 수가 없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짜증 내고, 같이 울고 후회하지. 아이한테 소리 지른 거에 대한 죄책감에 또 스트레스받고.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짜증을 부렸다고 자책하지 말고, 살쪘다고 자존감 바닥 찍지 마. 나쁜 엄마라서가 아니라 체력이 딸려서 그런 거니까. 이런 글을 찾아 읽고 있는 너라면 충분히 좋은 엄마고, 다시 예전 몸매도 되찾을 수 있어!)
남편과의 관계라고 다르지 않아. 출산하고 나서 몸은 여기저기 아프지, 하루종일 육아스트레스에 시달렸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그 스트레스가 어디로 가겠어? 남편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아내를 좀 받아주면 좋겠지만 남편이라고 안 힘들겠어? 같이 일하고, 같이 육아하는데 똑같이 여유가 없지. 그럼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전쟁이 시작되는 거야. 아이 보는 것도 힘든데 부부관계도 틀어지면 정말 지옥이 따로 없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아이 출산 후에 이혼율이 호가 올라간다는 말도 들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 대신 부부가 한 마음으로 이 힘든 상황을 으쌰으쌰 이겨나가면 전우애가 생겨. 육아스트레스에 대해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버틸 수 있게 돼.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
첫째를 통해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둘째가 백일이 지나고 나서 헬스를 시작했어. 헬스장만 등록해 놓으면 분명 하루 가고 안 갈게 뻔해서 1:1 PT를 받았어. 돈으로 의지를 산 거지. 확실히 헬스를 하니까 체력이 좋아지더라. 처음에는 근육 운동 후에 잠은 쏟아지는데 아이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근육통도 생겨서 죽을 맛이더니 그걸 견뎌내고 나니 일상생활 할 때 몸에 붙어 다니던 피로감이 서서히 걷히는 게 느껴졌어. 문제는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어. 지루해. 굳이 재미를 찾는다면 그 재미없는 헬스를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 정도? 코치님께 말씀드렸더니 헬스를 열심히 해야 한다, 내가 해내야 하는 과제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당연히 내가 할 일, 내 일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라고 하시더라.
내가 운동하는 동안 아이는 정말 감사하게도 시어머니께서 봐주셔.
‘어머니, 제가 너무 힘드니까 일주일에 한 번만 아이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니,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운동을 좀 하고 싶은데 일주일에 한 번만 아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탁받는 입장이라면 어때? 후자가 훨씬 더 봐주고 싶지 않아? 나는 운동을 할 때 아이를 부탁하는 순서가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남편이야. 우리 시어머니께서 정말 아이를 잘 봐주시기도 하고 나를 정말 딸처럼 생각해 주시거든. 친정어머니는 일을 하시고. 남편이 가장 마지막인 이유는 되도록 신랑이 일하는 시간에 운동하고 저녁에는 가족이 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야. 양가 아버지들께 아이를 맡기고 운동을 간 적도 있어. 두 분 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본이신 분들이라 애 맡길 생각을 아예 해보지도 못했었는데 막상 맡기니까 정말 잘 봐주시더라고. 살이 너무 쪄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체력도 딸려서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릴 가족은 아무도 없어. 정말 아무도 봐줄 수가 없는 상황일 때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도 알아봤었는데 1시간씩도 봐주더라고.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시간과 요일을 정해놓고 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그 시간만큼은 온 가족이 다 같이 지켜주고 싶어 해. 무엇보다도 개인 PT로 돈 쓰고, 저 난리를 쳐서 운동 시간을 확보해 놓으면 가기 싫어도 갈 수밖에 없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가기 싫어도 정신 차리고 보면 쫓겨나듯이 문밖으로 나가있다.
무엇보다도 그 시간만큼은 아이와 떨어져 무언갈 할 수 있는 거잖아. 아이와 24시간 붙어있다가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인거지. 운동 목적보다는 그냥 애를 두고 '혼자' 나간다는 사실 자체에도 기쁨이 있었어. 처음 운동하는 날 그렇게 설렐 수가 없더라고.
모유 수유 중에도 다이어트가 가능할까?
흔히 마의 5kg이라고들 하지. 산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살이 빠지다가 5kg쯤 남기고 나서는 딱 멈춰버린다고 말이야. 아이 백일 지나고 나서 헬스를 시작하고 7개월에 테니스를 추가했는데도 72kg에 딱 멈춰서 살이 안 빠지는 거야. 모유 수유를 한다는 핑계로 먹고 싶은 거 다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솔직히 억울하기도 해. 첫 째때는 딱히 식단을 하지 않았는데도 살이 다 빠졌으니까 말이야.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 굳이 모유수유가 아니더라고 주변 애 둘 엄마들한테 물어보니까 둘째 낳고 나서 몸 회복이 훨씬 더디다고 하더라고.
대한모유수유의사회 홈페이지에 보면 수유모의 음식섭취와 무관하게 모유 내 단백질, 지방, 칼슘, 인,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함량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나와있어. 엄마가 잘 먹으나 제대로 먹지 못하나 엄마의 몸은 같은 성분의 모유를 생산해 낸다는 말이지. 아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젖공장인거지.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내가 못 먹으면 내 몸을 쥐어짜서라도 젖을 만든다는 말이잖아. 내 몸 상하지 않게 하려면 다이어트한다고 무조건 음식량을 줄일 수도 없어.
일반적으로 여성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800~2200 kcal, 수유모의 권장 섭취량은 2700kcal라고 해. 치킨 한 조각에 대략 300kcal 정도 하니까 두 조각만 더 먹어도 권장 섭취량을 넘기는 셈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모유수유하니까 더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적은 양을 더 먹어야 하는 거지. 이렇게 수유를 위한 열량은 채워주면서 운동을 하면 수유부도 다이어트가 가능해. 내가 그 실제 사례이고!
기록다이어트
집에서 돌도 안된 아기 돌보다 보면 제때 끼니 챙겨 먹기도 힘들어서 거르기가 일쑤야.(낮에 쫄쫄 굶다가 저녁에 남편 오면 육퇴하고 입 터져서 야식 먹다가 살이 더 찌는 악순환.) 먹는 음식마다 양재고 칼로리 계산은 사실상 불가능 하지. 시간이 있어도 귀찮아서 못해. 그래서 난 기록다이어트를 시작했어.
기록다이어트. 말 그대로 기록하는 다이어트야. 나는 특히 식단에 어려움을 느껴서 내가 먹는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어. 먹는 건 정말 못 참겠어. 혀의 즐거움은 삶의 즐거움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솔직히 칼로리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30년 이상의 다이어트 경험과 내 맘속의 양심으로 이건 먹어도 되는지 아닌지, 얼마나 먹어야 할지 눈으로만 봐도 대충 알고 있잖아. 군것질과 야식만 끊어도 살 빠지는 거 알고 있잖아. 무언갈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로 결심했어. 우리 코치님은 내가 찍고 싶어 하면 언제든지 인바디를 재주 셔. (이것도 또 하나의 기록이네.) 지금 기록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딱 4주가 되었는데 효과를 보려고 인바디 기록을 확인해 봤어. 정확하게 기록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서 체중이 줄기 시작했단 걸 알 수 있어.
기록다이어트 방법
기록다이어트의 방법은 간단해. 먹기 전에 내가 먹을 음식을 사진으로 찍고 매일매일 그날 먹은 걸 한 번에 모아보는 거야. 나는 스레드에 올리고 있어. 처음에는 하루동안 먹은 걸 자기 전에 쓰려고 했는데 게시글을 올리고 나서 또 먹을까 봐 그다음 날 업로드를 하고 있어. 칼로리 계산을 해서 식단을 짜지도 않고 먹을 것을 따로 제한하지도 않아. 신기하게도 내가 먹은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하다 보니까 내 안의 양심이 일을 하기 시작하더라고. 오며 가며 한 두 개씩 집어먹는 군것질들에 손을 멈추게 돼. 육퇴하고 출출해서 야식을 먹더라도 살이 좀 덜 찔만한걸 찾게돼.
내가 뭐 먹을 때마다 사진 찍고 올리고 하니까 남편 눈에는 이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비쳤겠지? 우리는 주로 밤에 반주삼아 야식을 많이 먹었는데, 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이어트에 동참해 주더라고.(나는 남편이 살쪘다고 밤에 안 먹겠다 하면 라면 끓여서 신랑 코에 후후 냄새 불어주는데... 미안) 함께 사는 사람이 내 조력자가 되어 입이 터지려고 할 때 안 된다고 빨간불을 켜주니 그것 또한 큰 힘이 되더라.
기록다이어트의 도구로 스레드를 택한 이유는 혼자 하면 하다 말 거 같아서야. 익명의 누군가에게 숙제검사를 받는다고 생각하게 약간의 강제성을 더해준 거지. 다만 지인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아서 부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 (혹시 조력자가 필요하면 나와 함께하자! @moyoudi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