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출산 전 몸으로 돌아가는 ‘기적의 방법’ 따윈 없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거지. 그걸 알면서도 제목을 보고 클릭한 이유는 육아와 가사 노동 등등에 치여 외모 가꾸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다이어트가 마음 한편에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 알고 있어. 게다가 출산 후에는 얼마나 적게 먹어도 될지, 언제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막막하잖아.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라면 더욱이 말이야. 우리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잖아. 그래서 첫 글은 아이가 아닌 엄마인 우리를 위한 글, 애 낳고 살 빼는 방법에 대해 나의 경험을 담아 이야기하려고 해.
나는 첫 임신에서 30kg이 쪘고 8~9개월 만에 몸무게 원상 복귀를 했어. 특별히 다이어트하겠다고 애쓴 건 없었어.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지냈으니까. 원상 복귀라는 말 앞에 굳이 몸무게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숫자상으로는 처녀 때 무게로 돌아갔지만, 몸은 다르더라고. 임신 기간 동안 벌어졌던 갈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살이 다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임신 전에 입었던 옷들이 맞지 않더라고.
모유 수유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특별한 노력 없이도 살이 빠졌기에 나는 모유 수유를 하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는 걸 확신했어. 이론적으로도 유즙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몸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모유 수유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거든. 젖을 먹이는 동안 대사 효율도 향상한다고 해. 그뿐만 아니라 임신 기간 동안 배에 쌓아 두었던 지방으로 모유를 만든다고 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배에 지방 몰아주기 했다가 그걸로 젖을 만든다니…. 인체가 정말 신비롭지 않아?
두 번째 임신에서도 30kg이 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 나는 또 모유 수유를 할 거고 저절로 빠질 거니까! 그런데 왜 뭐 때문에 둘째도 모유 수유를 하는데, 지금 출산한 지 8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안 빠지고 있는 걸까? 심지어 첫째 때보다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있는데!!! 나잇살일까? 이 또한 이유는 간단해. 수영하고 나면 살이 빠져야 할 거 같지만, 입맛이 돌아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게 되잖아. 운동 열심히 하고 밥 잘 먹고 건강한 돼지로 향해 가는 거지. 아기 젖먹이고 나면 그렇게 허기질 수가 없어. 밥맛도 어찌나 좋은지…. 모유를 만들기 위해 몸에서 소비하는 열량보다 더 큰 열량이 뱃속으로 들어가니까 살이 찌는 거야. (물론 나이도 무시는 못할 거야. 둘째는 노산이었거든.)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포기할 순 없잖아?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갔을 때 ‘우리 엄마는 뚱뚱하고 못생겼어.’라고 하며 엄마가 학교에 오는 걸 창피해한다고 생각해 봐. 물론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인성이 나쁜 아이로 자라진 않겠지. 그렇지만 아이들이 예쁘고 날씬한 엄마를 좋아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살 거란 건 알고 있잖아. 나는 내 아이들에게 돼지엄마보다는 늘씬한 엄마가 되고 싶어.
출산 후 운동이 가능한 시기는?
늘씬한 엄마가 되기 위해 둘째 낳고 거의 바로 운동을 시작했어. 몸 상할까 봐 몸 꽁꽁 싸매고 누워만 있는 엄마들도 많은데 사실 이론상으로는 출산 직후부터 운동할 수 있어. 어떤 운동이냐가 문제인 거지. 회음부에 힘을 주어 조였다 풀었다 하는 케겔 운동과 걷기부터 시작하는 거야. 병원에서부터 신랑이랑 손 붙잡고 병원 복도를 걸어 다녔어.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오거나 무리가 된다 싶으면 걷기를 멈추고 침대에 누웠지. 산후조리원에 가면 요가 수업도 있어. 아가 병원 가는 날 하루 빼고는 다 참여했어. 조리원 퇴소 후에는 집에서 방문 요가 수업을 받았어. 첫째 낳고 몸무게를 원상복구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옷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둘째 낳고도 벌어진 골격이 그대로 굳어질까 봐 걱정됐거든. 산후 100일이 지난 후에는 주 1~2회 PT를 받기 시작했고, 7개월째부터는 일주일에 PT 1회, 테니스 2회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
내 취미는 테니스야. 테니스는 과격한 운동이라 임신 사실을 확인한 다음부터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 신랑도 나와 취미가 같아. 나는 못 치는데 신랑은 계속 치니까 그게 너무 부러웠거든. 하루라도 빨리 코트로 나가고 싶어서 산부인과 교수님 두 분, 소아청소년과 교수님 한 분께 언제부터 운동이 가능한지 여쭤봤지. 대답은 이론상으로는 운동을 제한하는 시기는 없다는 거였어. 산후풍도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내 몸은 소중하기에 일단 산후 6개월까지는 라켓을 들지 않고 참았어. 6개월을 참은 이유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오려면 엄마 몸이 벌어져 줘야 하잖아. 우리 몸의 관절과 연골, 인대 조직을 이완시키기 위해 릴렉신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게 산후 6개월까지 분비된다고 하기 때문이야. 중간에 못 참고 신랑 따라 유모차 끌고 한 번 쳐봤는데 5분도 안 돼서 허리랑 손목이 너무 아프더라고. PT 받을 때도 기구 운동을 하면 아예 무게 없이 했었어.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서가 아니라 손목, 허리, 무릎이 아팠거든. 정말 신기하게도 산후 6개월이 되니까 신체 컨디션이 확 올라오는 게 느껴졌어. 중량을 조금 올려도 손목, 허리, 무릎이 안 아프더라고. 그래서 7개월째부터 테니스를 친 거야.
출산 직후에는 요가/필라테스로 운동 시작하기! 과격한 운동은 6개월 이후부터 가능!
내 몸으로 실험해 본 결과 출산 직후에는 요가나 필라테스로 운동을 시작하고 과격한 운동은 6개월 이후부터 자기의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무리가 되지 않을 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 운동 시작 전에 산모를 트레이닝 시켜본 경험이 있는지 꼭 확인하는 거 잊지 말고! 첫째 때 필라테스, 둘째 때 요가를 해본 결과 개인적으로 요가보다는 필라테스가 더 좋았어.
복직근이개가 뭔지 알지? 임신했을 때 배가 점점 불러오잖아. 그래서 복근이 반으로 갈라져서 벌어지는 거로 생각하면 돼. 산후 요가든 산후 필라테스든 복직근이개를 잡아주는 운동은 똑같아. 필라테스 자체가 호흡이 중요하고 속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 요가보다 필라테스가 좋았어. 첫째 낳고 필라테스 배울 때 강사님께서 배가 불룩하게 근육이 잡히지 않도록 속근육을 쓰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셨는데 그게 지금 헬스 할 때도 도움이 굉장히 많이 돼.
애 낳고 운동을 저렇게 했다고? 대단해 보이지? 내가 이렇게 운동은 할 수 있겠는데 먹을 거는 정말 조절을 못하겠는 거야.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거든. 건강식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배가 고파. 허기져. 일명 fake hunger, 가짜 배고픔이라고 하지. 아무래도 탄수화물, 나트륨 중독인가 봐. 운동을 열심히 하면 뭐 해. 건강한 돼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 결국 살을 빼려면 식욕을 조절해야 하잖아. 그래서 3주 전부터 ‘기록 다이어트’를 시작했어. 그게 뭐냐고? 아마 검색해도 없을 거야. 내가 그냥 기록 다이어트라고 이름을 붙인 거거든. 다음 글에서 기록 다이어트가 뭔지, 모유 수유하면서 식단을 어떻게 하는지, 출산하자마자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어보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