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참 애를 쉽게 키운다!"
25년 지기 친구가 제가 아이와 있는 모습을 보고 제게 한 말입니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데. 첫째 임신하고 30kg이나 살이 쪘습니다. 겨우 다 빠졌다 싶었더니 둘째가 생겨서는 또 30kg이 찌고 말았지요. 옷을 사러 갔다가 백화점 피팅룸에서 옷을 입고 나와서 거울을 마주하자마자 뚝 떨어지던 눈물방울들,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읽어온 수많은 육아 서적들(저는 육아에 관련된 정보를 찾을 때 핸드폰으로 검색하지 않습니다. 남의 글을 보고 베껴 재생산 되는 믿을 수 없는 글들이 많다는걸 알기 때문이죠), 언어의 황금기에 영어 교육을 어떻게 할지 주변 전문가들에게 묻고 관련 책을 읽으며 수없이 한 고민들, 육아 휴직 후 직장에 복직하고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다 말고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축나 아팠던 기억 등등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갔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저에게 저 말을 한 시점은 제 둘째가 7개월이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얼마나 힘든 시기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제 친구가 아이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이라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제 친구는 미혼입니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야, 쉽긴 뭐가 쉬어. 나 힘들어 죽겠어.'라며 울상을 짓는 저에게 친구는 '너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은 참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여. 아이가 보채거나 떼를 쓰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능숙하게 아이를 잘 다루더라는 그런 의미야.'라고 답해주더군요. 나중에 아이를 낳고서 힘든 순간이 오면 너에게 물어보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에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때 잘 대답해 줄 수 있을까? 둘째 이유식을 하며 첫째는 어떻게 해서 먹였는지도 기억을 못 하는 내가?'
최근에 김신지 작가님이 쓰신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말이 조금 빠른 편입니다. 쪼그만 게 이런 말을 한다고? 하는 순간들이 많았죠. 그런데 저는 기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적어 두었다면 어록이 됐을 아이의 말들이 공중으로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는 걸 깨닫고는 더 늦기 전에 두 아이에게 줄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결심했죠. 친구가 미래에 할 질문들을 미리 대답해 주자고요.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현재의 순간을 기록해 두자고 말입니다.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생각하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께서도 친구와 수다를 떤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글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