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할 일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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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오늘 어땠어?”

“뭐 이런저런 얘기 나눴지. 근데 앤디 엄청 성공했더라.”

“왜? 회사가 엄청 커?”

“사옥 쓰고 있던데. 3층짜리였어. 직원도 많고 대단하더라. 아예 나랑은 다른 사람이야.”

“와.. 회사 다닐 땐 일 못한다고 많이 혼났었다며 어떻게 그렇게 바뀌었대.”

“일 잘하는 거랑 사업이랑 또 다른 건가 봐.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원래 회사 다니면서도 계속 사업 시도했었거든.”

“그래. 근데 뭐 조언 좀 들었어?”


아내가 유독 오늘따라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뭐 구체적인 걸 들은 건 아닌데. 지은아.”

“어?”

“일단 구매대행 한번 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게 뭔데?”


쇼핑은 좋아하지만 구매대행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듯했다. 쉽게 설명하기로 했다.


“뭐 특별한 건 아니야. 그냥 다른 나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서 국내의 고객한테 배송해 주는 일이야.”

“근데 그게 어떻게 돈이 되는데?”

“중간에 마진을 붙이는 거지. 근데 우리도 해외에서 국내로 바로 배송을 할 방법이 없잖아? 그때 해외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배송대행지라는 업체들이 있거든. 거기에 일정 수수료를 내면 한국까지 배송을 대신해 주는 거야.”

“아.. 근데 그게 돈이 될까? 요즘 다들 알아서 잘 사던데.”


예전의 내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설명하면서 나 조차도 여전히 돈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구매대행을 해보려는 이유는 간단해. 일단 돈이 거의 안 들거든. 기존에 쇼핑몰 하려면 재고를 사서 쌓아둬야 하잖아?”

“그건 그렇지.”

“대신 구매대행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발주하는 형태라서 재고 걱정이 없거든. 포장도 그렇고.”

“들으면 이해는 가는데 여전히 돈이 될까에 대해서는 물음표야. 그 사람이 그거 하라고 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다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일단 뭐라도 좀 해보고 조언을 구해야 되지 않을까?”


아내는 잠시동안 생각에 빠졌다.


“그래 오빠가 자신 있으면 한번 해봐. 뭐 돈 드는 것도 아니라며.”

“아예 안 들진 않겠지. 그냥 조금 들어간다고 보면 돼.”

“일단 해봐. 해보고 안 맞으면 다른 거 찾아야지 뭐.”

“고마워. 그리고 나 추가적으로 교육도 좀 받아보려고.”

“교육?”

“제과제빵 교육 올라온 게 있더라고. 그거 한번 신청해 보게.”

“빵집 차리려고?”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이것저것 검색해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때 눈에 들어온 동네 근처 교육 관련 정보. 그중에서도 제과제빵 교육이 첫 번째로 눈에 들어왔다. 평상시에도 밥 먹고 꼭 케익이나 쿠키를 챙겨 먹던 모습이 떠올랐고 어디 여행을 가도 빵을 꼭 사 먹곤 했다. 밥 없이 빵만으로도 최소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자칭 빵돌이기도 했다.


“내가 빵 엄청 좋아하는 거 알지?”

“아 그러네. 근데 좋아하는 거랑 만드는 거랑은 다르잖아.”

“그래도 좋아하는 거 배우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혹시 또 모르잖아. 어떻게 쓰임새가 있을지.”

“그건 그래. 몇 개월 과정이야?”

“3개월 과정이더라고.”

“그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봐.”


아내가 호응해 주니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지만 행복했다. 꼭 가족을 챙길 수 있는 가장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요즘 아침 일과는 단순하다. 회사를 가지 않으니 마냥 게을러지기만 해서 일과표를 작성하고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인생에서 회사에서 보내는 최소한의 근무 시간이 얼마나 하루를 알차게 느끼게 해 주는지 새삼스럽게 그리워졌다.


1. 재활운동 - 1시간

2. 책 보기 - 최소 30분 ~ 최대 1시간

3. 구매대행 - 2 ~3 시간

4. 희수 챙기기 - 최소 2시간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이렇게 정한 계획은 꼭 지키기로 했다. 아직 발표가 나진 않았지만 혹시나 교육에 합격하면 그 시간도 넣어야 되겠지. 살면서 꾸준히 운동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날마다 하는 게 괴롭긴 해도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이제는 운동을 거르면 죄책감이 들 정도라 어느 정도 습관이 된 것도 같다. 책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제대로 읽은 게 몇 권 안 되는 거 같은데 이참에 습관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우연히 본 유튜브의 자기 계발 채널들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한 게 바로 독서 습관이었고 집에 주로 있는 내게는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자기 계발이나 장사와 관련된 책 위주로 보는 중이다. 구매대행과 관련해서는 생각보다 오픈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냥 회원 가입하고 알려주는 대로 했더니 쇼핑몰이 만들어졌다.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상품을 올릴지 감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상품이라도 등록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다른 구매대행 하는 업체들을 살펴보니 상세페이지를 제법 화려하게 꾸며 놓은 게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구매대행과 관련한 주의사항을 정리해 놓은 내용이 있었는데 읽고 나니 괜히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나 잘 나가는 쇼핑몰도 일부러 찾아가 올리는 물품을 찾아보고 많이 팔린 상품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기도 했다. 보통 구매대행하는 곳들은 뚜렷한 색깔이 없는 곳이 많았는데 오히려 특정 상품만 취급하는 곳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차라리 특정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품만 소싱해 볼까?’


어떻게든 카테고리를 찾아보려 했는데 끌리는 게 없다.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진열해 보지도 못하고 끝날 거 같다. 앤디한테 용기를 내 메시지를 보내봤다.


[앤디. 잘 지내죠? 구매대행을 해보려고 하는데 만만치 않네요. 처음에는 그냥 상품 올리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그게 안 되는 거 있죠? 그리고 다들 상세페이지를 엄청 신경 쓰던데.. 제가 디자인을 할 줄 모르니 외주를 줘야 하나 고민이에요.]


너무 시시콜콜하게 질문한 건가 싶어 혼자 민망해졌다.


[오 제프! 구매대행 시작했군요 ㅎㅎ 상세페이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솔직히 뭐가 팔릴지도 모르는데 괜히 돈 써서 외주 주고 만들면 손해잖아요. 디자인은 뭐 특별할 게 사실 없긴 한데 조금 배워두면 도움이 될 거예요 앞으로도. 제가 쓰던 구매대행 관련 이미지 있는데 혹시 상호명 정한 거 있으면 알려주실래요? 제가 상호명만 바꿔서 보내줄게요.]


너무 고마웠다.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도움까지 주고. 나중에 잘되면 앤디한테 꼭 보답해야겠다.


[상호명은 좀 유치한데 그냥 웃고 넘겨주세요. ‘지희스토어’에요. 디자인 배우려면 힘들지 않아요? 학원을 알아봐야 하나..]

[유치하지 않은데요? 그걸로 바꿔서 보내줄게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 같아요. 디자인은 굳이 학원 가서 배울 필요 없어요. 디자이너 할 거 아니잖아요 ㅎ 그냥 유튜브 같은 거 찾아보시고 요즘 좋은 서비스 많으니까 필요하면 그것도 제가 링크 좀 보내 놓을게요.]

[고마워요 앤디. 너무 도움만 받네요.]

[소소한 건데요 뭐. 나중에 맛있는 거 사주세요 ㅎㅎㅎ]


지희스토어라는 이름은 아내와 희수에서 한 글자씩 따온 거였다. 딱히 생각나는 이름도 없고. 그나저나 어떤 상품을 올려야 할까? 고민할 시간에 다른 스토어를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지은아 넌 주로 어떤 거 쇼핑해?”

“나? 뭐 육아용품이랑 먹는 거 위주지. 장 볼 시간이 없잖아.”


‘신선식품은 구매대행과는 맞지 않으니 패스. 육아용품? 이거 괜찮겠는데?’


“육아용품 사람들 많이 사나?”

“오빠! 으휴 얼마나 육아에 관심이 없으면.. 당연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 육아용품을 사겠어 안 사겠어?”

“아.. 그렇구나.”

“뭘 또 그렇구나야 당연한 얘기를.”

“육아용품 한번 팔아볼까?”

“육아용품을? 아냐 그건 아닌 거 같아.”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들 건 보통 검증된 걸 산단 말이야. 어디 이상한 거 샀다가 괜히 탈 나면 어쩔 건데. 문제 생길지도 몰라.”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렇네 정말. 특히 애들은 입으로 물고 빨고 하는 게 많아서 이상한 거 팔면 큰일 나.”


좋은 상품이라 생각했는데 건강에 대한 것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내에게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휴.. 나 아직도 상품 한 개도 못 올렸어.”

“쇼핑몰에?”

“응. 육아용품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듣고 나니 아닌 거 같네.”

“옷은 어때?”

“남자 옷? 여자 옷?”

“여자 옷이 종류가 많지 않나?”

“근데 내가 여자 옷을 알아야 말이지. 패션에 관심도 없는데.”

“그건 그렇다. 오빠가 여자 옷 고를 안목은 없지.”


그렇게 한참 동안 아내와 얘기를 나눠봤지만 아무런 답도 찾아내지 못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 둘 다 사업과는 먼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만 든다.


“재능이 없는 거겠지? 상품 찾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고.. 뭘 올려야 팔아보기라도 할 텐데.”

“나도 똑같잖아. 근데 오빠 말 듣고 생각해 보니까 진짜 뭘 팔아야 될지 모르겠다. 쇼핑광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가 사던 거 제외하고 다른 상품을 떠올려 보려고 하니 아무것도 안 떠오르네.”


갑자기 희수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아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별 소득 없이 끝난 대화를 뒤로 하고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아 화면을 켰다. 일단 뭐라도 시도를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민이란 게 계속 생각하면 할수록 깊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머리만 아파질 뿐이었다.


“아오 머리 아파!”


잠시 쉬어야겠다 싶어 며칠 전부터 챙겨보던 옛날 애니를 보기로 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애니 보는 게 또 다른 취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본 지도 참 오래됐다. 최신 애니는 뭔가 이질감이 들어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소재부터 거부감이 들어 예전에 좋아하던 애니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주인공은 그대로인데 나만 나이를 먹었구나.’


그렇게 한참 동안 애니를 멍하니 봤다. 그 시절엔 큰 걱정 없이 지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느낌표 하나. 떠오른 아이디어대로 해봐도 될까 싶어 보던 애니를 멈추고 검색을 시작해 봤다. 최대한 자세하게 이곳저곳을 뒤져본다.


‘한 번 해볼까?’


팔릴 거라는 기대감 보다 뭔가 마음에 드는 상품군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자 살짝 흥분됐다. 오늘 밤 자기 전에 처음으로 지희스토어에 올릴 상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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